어느 날 남자친구가 말했다.
"너의 그림은 무서워."
이해할 수 없었다.
무서워? 어디가? 내 그림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는 무겁더라도 그림 자체는 가볍고 유쾌한걸?
남자친구와 나의 그림에 대해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색이 없어서 무섭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날 밤 혼자 곰곰이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달리기를 하면서도 혼자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그림은 메시지를 가지고 있어. Mo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 깊은 나의 내면을 마주하자, 도망치지 말자. 이 메시지를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두려운 거 아닐까?'
달리기를 끝내고 집에 오자마자 그림을 그렸다.
아기 새를 꼭 껴앉고 있는 남자.
너무나 소중하게 온몸으로 끌어안고 있다.
단지 귀여워서, 좋아서 안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푹 숙인 채 애절하게 새를 안고 있다.
아기 새는 그의 아기 같은 내면, 때 묻지 않은 깊은 본심, 내면아이를 뜻한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꺼내 들여다보고 싶지 않아서 그저 애절하게 아기새를 꼭 껴안고만 있는 것이다.
상처를 마주하는 것은 어렵다.
두려운 것에 피하지 않고 다가가는 것 또한 무척이나 힘들다.
나는 그것을 매일같이 하고 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머리가 어떻게 된 걸까, 감정이 고장 난 걸까.
왜 나는 괴로운 시간 속에 기어코 기어 들어가 온몸으로 힘겨워하다 나올까.
아무것도 몰랐을 때가 행복했을까?
아니다. 오히려 알게 된 지금이 역설적이게도 더 행복하다.
그림을 더 자주 그리고, 글을 더 자주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