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20일 차 (2023.05.12)
나는 소심한 아이입니다.
아니 그런 아이였습니다.
그 소심함을 애써 감추려고 그동안 애쓰고 살았는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기 싫었거든요.
소심한 나를 알게 되면 무시하는 것 같고, 나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은 듯, 괜찮은 듯, 강한 듯, 애쓰고, 덮고, 감추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가끔은 원래의 내가 그랬었나.. 싶을 때도 있었지만 원래 타고난 것은 잘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여울 작가님이 '내면아이'를 만나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셨을 때, 저는 두려웠습니다. 꼭꼭 숨겨놓은 그 아이를 만날 자신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모든 것이 무장해제가 된 지금 그 아이는 당당하게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숨겨놓을 수 없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정해야겠죠?
치료가 끝이 나면, 나는 예전의 모습으로 바로 돌아가는 줄 알았습니다. 오히려 음식도 바뀌고 생각도 바뀌었으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의욕에 넘쳐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내 몸이 어디까지 돌아올지, 아니 괜찮아질지..' 자신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기다리면 되는데, 자꾸 마음이 급해집니다.
거울 속에 있는 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의욕적이고 활기차던 예전의 그 모습이 과연 가능할까요?
오늘 모임이 있는데, 장소가 1시간 이상 운전을 해야 하는 곳입니다. 사실 저는 운전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주 가까운 곳도 차를 가지고 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가능할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 조금 슬퍼졌습니다. 이제 이런 일도 조심조심해야 하는구나. 아니 너무 조심하는 것인가? 정확한 답은 없습니다. 이럴 때는 정말 가까운 의사 한 명 있었으면 하지만, 의사라고 다 아는 것은 아니니까 괜스레 이런 생각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아프고 나니, 피해의식..이라는 것이 많아졌습니다. 정말 1도 없는 사람이었는데..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삶에서 나 말고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좀 해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지쳐서 힘들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항상 평생을 내가 결정하고 책임지고 살아온 시간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그게 최선의 결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것에 자신이 없습니다. 몸도 마음도 정신도 ,,.. 어떤 결정도...
글이 왔다 갔다 정신이 없습니다. 요즈음 저를 말해주는 것 같아요.
곧 괜찮아지겠죠?
어쩌면 원래 대단한 인간이 아니었다는 걸 인정하면 되는 것인데, 지키기 위해 애쓰고 살아온 건 지금까지로 만족하는 걸로.. 소심한 아이도 인정하고 같이 잘 지내보는 걸로.. 하면 되지 않을까요?
과연 내 인생을 어디로 가는 걸까요?
두 번째 나의 직업은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것의 첫걸음으로 이곳에 매일 글쓰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글은 편집이 들어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생각나는 대로 쓴 첫 글입니다. 엉망이라 부끄럽지만 그대로 발행을 누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