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51일 차 (2023.06.12)
오늘 아침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내 앞에서 걷고 있는 여자와 강아지를 보게 되었다.
40대로 보이는 여자분은 단발의 검은색 머리와 블랙 반팔 티셔츠, 회색 긴 운동복 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강아지 산책줄은 하늘색이고, 강아지는 회색 푸들이었다. 작은 토이 푸들은 아니고 미디엄 푸들이나 스탠다드 푸들정도로 보였다. 멋스러운 색과 모습이어서 계속 눈으로 보게 되었나 보다.
자연스럽게 속도를 맞추어서 걷고 있는 그들은 편안해 보였다. 아마도 산책 후에 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진실은 모르지만) 나와 한두 발자국 앞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여자의 목소리를 한마디도 들을 수가 없었다. 회색 푸들은 주인과 속도와 방향을 잘 맞추어서 걷는 가보다. 저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있을까?
진행방향으로 저 멀리 시선에 다른 푸들이 보였다. 아마도 이러로 오고 있는 것 같다. 곧 저들과는 스쳐 지나갈 듯하다. 앞선 여자보다는 조금 나이가 있어 보이는 강아지 주인과 검은색 푸들이었다. 몸집은 앞의 회색 푸들과 비슷했다.
검정 푸들의 주인으로 보이는 그분은 엄마들의 파마 머리에 썬캡을 쓰고 있었고, 빨강과 흰색이 함께 있는 윗옷과 검정바지에 형광색의 신발을 신고 있었다.
약간의 거리가 있는대도 나의 시선을 끈 이유는 검정 푸들이 힘이 강해 보였다. 아주머님이 계속 리드줄을 당겼다가 놓았다가 하는 것이 멀리에서도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분의 목소리를 약간의 거리에서부터 들을 수 있었다.
드. 디. 어.
두 아이가 마주치는 순간이 되었다.
검정 푸들은 회색 푸들을 향해 돌진했다. 너무 반가웠던 모양이다. 아주머님이 리드줄을 바짝 당기자 앞발이 모두 공중에 뜰 정도로 그 아이는 적극적이고 힘이 세었다. 그런데 나와 줄곳 같이 걷던 그 회색 푸들은 뒷걸음질을 치면서 주인에게 숨기에 바빴다. 두 아이의 성격은 완전히 달랐다. 나이도 달랐을까?
그런데 여기에서 보이는 주인들의 모습도 그랬다. 썬캡을 쓰신 분은 계속 말을 하고 있었다.
'안돼. 이리 와. 아니야.' 등등
그런데, 회색 푸들의 주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강아지만을 살핀다.
스치듯 아무 사고 없이 지나치고 있었지만, 떨어지기 까지 검정 푸들은 주인 다리를 끈으로 감을 만큼 적극적이었고, 회색 푸들은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었다.
거의 같은 크기의 같은 종으로 보이는 두 강아지가 저렇게 다른 성격을 가질 수 있구나.
재미있었던 건 두 강아지 주인이 보여준 모습이다.
어쩐지 닮았다.
나는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들에게 가끔 이런 소리를 들었었다.
키우는 개는 운명적으로 만난 것이 틀림없다.
이상하게 양육자와 닮았다고 한다.
그게 정말일까?
근거 있는 이야기 일까?
타고난 천성이라는 것이 강아지도 있을 텐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살면서 달라지기도 하나?
그리고 혹시 내가 강아지를 키우게 된다면?
나는 강아지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지만, 이런저런 궁금증이 생기는 오늘 아침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