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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책 읽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매일 글쓰기 54일 차 (2023.06.15)

by 장보라

오늘 오전에 '서울국제도서전 2023'에 다녀왔습니다.


아프고 난 후 저의 체력이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아직 정확히 몰라서 이번주 일정을 보고 '이게 가능해?' 이런 생각을 하고, 오늘 일정을 지나칠까 말까 고민을 했었습니다. 이번주말에는 '전주 도서관 투어'가 있거든요. 그래서 체력을 조금 아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음... 많이 망설였지만 꼭 가보고 싶어서 오픈 시간에 가서 1시간만 보고 나오기로 했어요. (예전 같으면 전시회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저였지만 지금은 욕심을 내려놓아야 할 때입니다.)


솔직히 조금 설레기도 했습니다. 코엑스는 자주 드나들던 곳인데 그곳을 오래간만에 가는 좋은 기분이었어요.



10시 전에 도착한 전시장 앞의 풍경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에 책 좋아하는, 책에 관심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어?'

입장 줄이 꼬불꼬불 길게 이미 있네요. 어...

'책 관계인이 많은 건가? 이유가 있을 텐데.. 인기가 많나? 머지? 주말엔 난리 나겠는걸.'

주말엔 유명 작가들의 사인회도 여러 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때는 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네요.






저도 사실 책을 읽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가끔 필요한 책만을 필요한 부분만 보는 것으로 오랜 시간을 지냈습니다. 완전히 한쪽으로 기울어진 독서를 했어요. 3년 전부터 본격적인 독서를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느라 읽지 않은 책, 소장할 생각이 없는 책들은 버리거나 중고서점에 판매를 했기 때문에 지금 저의 책장에는 제가 읽은 책 중에 소장하고 싶은 책과 읽고 싶은 책들만이 있습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 기억할 문장은 책 귀퉁이를 접으면서 봅니다. 책장에 있는, 접힌 부분이 많은, 뚱뚱해진 책들을 보면 마음이 흐뭇합니다.


저는 어쩌다가 책 읽는 사람이 되었을까요?


아는 것이 너무 없어서 텅텅 빈 느낌을 받았거든요. 그동안 책을 왜 안 보았을까요? 여유가 없었을까요? 시간이 없었을까요? 아마도 꿈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해야 하는 일, 내가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를 해결하느라 모든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이렇게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숨이 막히고 힘이 들수록 어떤 시간이 올지 모르지만 일부러라도 핑크빛 미래를 그려보기로 작정했어요. 그때 저는 책을 찾았습니다.


시간이 하루 이틀 지나고 이제는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어야 한다. 저는 드디어 책을 읽는 재미와 기쁨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점점 더 많이 알고 싶은 것들이 많아져서 시간을 많이 들여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읽는 것 만으로 끝나지 않고 정리도 하고 리뷰도 쓰게 되었습니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제는 필요한 책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전혀 관심 없었던 분야의 책도 읽어보고 싶어 졌습니다.


카이스트의 정재승 박사님이 책 읽는 사람의 뇌에 대해서 강의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책 읽는 사람의 뇌는 점점 용량이 늘어나고 나이와 관계없이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몇 살 이후부터는 뇌가 더 이상 좋아지지 않는다는 설을 반대하는 것이었어요. 다행입니다. 저는 이 학설을 믿기로 했습니다. ㅎㅎ


다시 살게 된 인생은 책 읽는 사람으로, 글 쓰는 사람으로, 책으로 이어진 인연들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살기로 정했습니다.






두 번째 나의 직업은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것의 첫걸음으로 이곳에 매일 글쓰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글은 편집이 들어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생각나는 대로 쓴 첫 글입니다. 엉망이라 부끄럽지만 그대로 발행을 누르려고 합니다.


오늘이 54일 차.


왠지 기분이 좋다. 벌써 작가가 된 것 같다.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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