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55일 차 (2023.06.16)
어제 다녀온 '서울국제도서전 2023'에서 가져온 글이다. 벽에 걸린 여러 가지 글들 중에 이 글로 눈길이 갔다. 왜일까?
골목에서 고무줄을 하고 있는 한 무리의 여자 아이들이 있다. 이 당시의 아이들은 방과 후 골목에서 노는 것이 아주 일상적인 일이었다. 여자아이들은 고무줄을 하고 남자아이들은 딱지치기를 한다. 그러다가 가끔 남자아이들이 고무줄을 끊고 도망을 가면 어떤 아이는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바닥에 주저앉아서 우는 아이도 있었다. 그러다가 한 친구가 변칙적인 어떤 일을 했고, 나는 그 아이가 맘에 안 들었다.
'나 너랑 안 놀아.' 이렇게 말하고 나는 집으로 들어와 버린다.
별 특별한 추억도 아닌데 가끔 생각이 난다. 아주 오래된 기억 속의 한 장면이다. 어쩌면 내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기억이다. 지금은 끔찍이도 싫어하는 본모습이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나는 잘 도망간다. 맞서서 싸우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나는 내가 맘에 안 든다.
살다 보면 맞서서 싸워야 하는 순간을 자주 만난다.
타인과의 일에서도 그렇고, 일을 할 때도 그렇고,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도 그렇고, 넘지 못할 산 같은 숙제를 만났을 때도 그렇다. 번번이, 여러 번 도망을 쳤다. 타인에게서, 일에서, 내 자리에서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서,.. 도망쳤다. 도망의 다른 단어는 포기라고 생각한다. 왜 그랬을까?
(물론 위의 김영하 작가님의 말은 잠시 떨어져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안다. 그러면 그 일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유연하게 지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시간 동안 해답을 얻을 수도 있어서 해피엔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 포기하고 도망가지 말고 싸워서 이기든 지든 어떤 결론을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힘도 들고 잃은 것도 있었겠지만 얻는 것도 있었을 텐데.. 어쩌면 얻은 것이 더 많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요즈음 든다.
앞으로는 많이 힘이 들고 아프고 깨져서 상처가 나고 울고 후회가 되더라도 부딪치는 것을 택했으면 한다.
냉정하게 나 자신을 분석해 볼 때 단점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이제는 고쳐가고 싶다.
생각해 보니 타인과 한 번도 소리 지르며 싸워 본 적이 없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음.... 무언가 비정상적이다.
그때 그 고무줄 하던 친구. 수희...
'싸우고 화해하고 또 싸우고 했으면 지금도 내 옆에 있을까?'
(정말 도망가는 일에 대한 일이 자꾸 생각이 나지만 차마 글에 남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