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58일 차 (2023.06.19)
집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저입니다.
집을 너무 좋아합니다. 코로나19로 모두들 격리 생활을 힘들어할 때도 아주 재미있게 집에서 지냈습니다. 집밖으로 나가기를 힘들게 하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는데, '시뮬레이션 병'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시뮬레이션이란 무슨 일을 하기 위해서 실제 상황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서 실행해 보거나,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미리 생각해 보는 것을 말합니다. 만약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운전하여 가게 될 때도 미리 지도앱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봅니다. 이런 성향이 가장 크게 발휘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여행을 갈 때입니다.
지난 주말 전주에 다녀왔습니다. 전주 도서관투어를 인친들과 함께 했어요. 다행히 이번 여행은 같이 가는 친구들이 미리 도서관투어도 예약하고, 기차도 알아보고 해서 아주 편하게 다녀왔습니다.
여행 당일 아침 5시에 일어납니다. 7시 전주로 출발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입니다. 열심히 외출 준비를 하고, 빠진 물건은 없는지 확인을 하고 집을 나섭니다. 6월의 아침은 이미 해가 떠서 환한 아침을 보게 해 주네요. 평소 같으면 집에 있을 시간이었기 때문에 오늘은 어떤 사람들을 길에서 만나게 될지 기대를 해 봅니다.
저는 낯선 사람이 하는 행동을 살펴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주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이 아니면 대중교통에서는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주변 사람들의 모습과 행동을 유심히 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어떤 옷과 신발, 가방을 가지고 다니는지, 어떤 스마트폰을 보고 어떤 재스쳐를 하는지를 봅니다.
한산할 것이라고 예상된 토요일 아침 지하철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중에 가장 눈에 들어온 사람들은 등산복장의 사람들과 큰 캐리어를 끄는 이들이었습니다.
'놀러 가나 보다. 어디로 갈까? 누구랑 갈까? 저 가방은 머지? 처음 보는 건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사람들을 살펴봅니다. 모두들 이 시간에 바쁘게 어디론가 가고 있네요. 부지런하다.
KTX 역사에 도착을 했습니다. 여기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에게 전화를 합니다.
“어디야?"
“응, 나 가운데 의자에 앉아있어.”
“어디 어디? 아 저기 있네. 내가 갈게.”
오래간만에 얼굴을 보는 친구와 포옹을 합니다. 그런데 친구의 첫마디가,
“나만 빼고 다 놀러 가나 봐. 사람이 정말 많네.”
솔직히 저도 거의 빈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그러게, 정말 이 시간에 사람이 많다. 기차도 매진이더라. 우리만 빼고 다 놀러 다니고 있었네. ㅎㅎ”
이번 여행을 위해서 두 달 전부터 한 친구가 준비를 했습니다. 전주 도서관투어는 예약자가 많아서 예약하기 힘들거든요.
매달 1일에 다음 달, 그러니까, 6월에 가기 위해서는 5월 1일 오전 9시에 인터넷으로 예약을 합니다. 선착순으로 진행되고, 입금도 바로 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BTS콘서트 예약'만큼 힘이 듭니다.
남은 것은 전주로 가는 KTX 예매입니다. 전주는 자차로는 3시간 정도 걸립니다. 그래서 당일로는 KTX가 최고의 선택입니다. 기차로 가면 2시간이 안 걸리는 아주 가까운 전주거든요. 한 달 전에 오픈하는 KTX 표를 정신 바짝 차리고 예매를 합니다. 4인 이상의 친구들인 경우는 4인석 예매를 한 달 전에 해야 합니다. 2명의 친구는 행신에서 저를 포함 2명은 용산역에서 타기 때문에 우리는 기차 안에서 만납니다. 같은 자리를 예매하고 기차 안에서 만나는 방법. 영화 같죠?
친구와 밀린 수다를 떨면서 우리가 타고 갈 기차가 들어올 플랫폼으로 내려갑니다. 기차역 플랫폼은 언제나 설렙니다. 안내 방송이 나오고 우리를 전주로 데려다줄 기차가 들어옵니다. 18량이 붙어서 오네요. 역시 주말에 이 쪽 방향으로 여행 가는 사람이 많네요.
기차 안에서 미리 타고 있던 인친들을 만납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을까요? 4인석에서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면 금방 전주역에 도착을 합니다. 도서관으로 직접 가는 다른 곳에 사는 친구도 만나게 됩니다. 이렇게 총 7명의 하루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지금은 지난 여행의 사진과 동영상들을 보면서 여운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 여행을 안 갔다면 그 토요일 하루는 어떠했을까요? 조금은 늘어지는 주말의 아침을 보내고, 어슬렁어슬렁 집안을 걸어 다녔을 겁니다. 물론 보고 싶었던 책을 읽었을 수도 있고, 미뤄두었던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갤러리에 들어있는 사진과 카카오톡으로 보내주는 친구들이 찍은 제 사진을 보면서, 자칫 기억조차 나지 않는 평범한 토요일이 되었을 같은 시간을 이렇게 보내는 것에 대한 행복감에 젖어봅니다.
몸을 움직여야지 얻어지는 것이 있습니다. 직접 눈으로 보아야 하는 풍경이 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이 아닌 직접 만나야 알게 되는 사람들 사이의 사랑이 있습니다. 얼마동안 치료를 하느라 힘들었던 저를 보살펴주는 그들의 따스한 눈길, 손길을 느끼면서 전혀 피곤하지 않고 오히려 더 건강해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집순이인 저에게 하는 말입니다.
"이제 그만 생각하고, 검색만 하고 하지 말고 움직여 보자. 정말 좋은 거 너도 알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