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61일 차 (2023.06.22)
휴! 좋아하는 작가님의 글을 자세히 읽고 나니, 글을 쓰는 게 힘들다. 어쩌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일부러 마케팅 적인 일을 하지 않았다.
어떤 이야기가 인기가 있는지, 출판사들이 좋아하는 글은 어떤 것인지, 첫 페이지에 올라오는 글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인기 작가님들의 글은 어떻게 쓰는지, 브런치 공모전의 수상작은 어떤 글들인지 등등이다. 이런 일들은 보통 어떤 일을 하기 전에 항상 하던 일로이다. 분석하고 나누고 분위기를 파악하는 일이다. 당연히 어떤 일을 시작할 때 해야 하는 것들인데 이번만은 하지 않고 그냥 시작했다. 왜 그랬을까?
이런 정보들을 분석해서 파악하고 나면 그런 쪽으로 글을 쓰게 될 것 같아서이다. 왠지 글쓰기는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오래 가려면 진실성이 담겨야 한다. 인기를 얻기 위한 글만을 계속 쓰게 된다면 결국에는 내가 제일 힘들어할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가끔 나도 내 글에 조회 수가 많이 나오면 좋을 것 같고, ‘좋아요’나 ‘댓글’도 많이 달렸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쓴 글이 좋다고 ‘괜찮은데….’ 하는 생각이 들면, 더더욱이 그렇다.
그러다 거의 매일은 글이 너무 엉망이라고 생각이 되어서, ‘연습이니까, 매일 쓰는 게 중요하니까,’하는 생각에 부끄럽지만, 발행을 누르곤 한다. 망친 글도 내 글이니까…. 나중에 이 주제로 또 쓰게 된다면 나아진 글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으로 오늘도 여기에 머무르게 된다….
우연한 기회에 좋아하는 작가님의 글쓰기 수업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이분은 출판사에서 하는 일회성 독서 모임에서 만나고, 글보다 먼저 작가님이 아주 마음에 들어서 푹 빠진 경우다. 작가님의 글쓰기 수업을 들을수록 그분의 첫 글이 너무 궁금하고, 작가님도 궁금하고, 쓰신 글을 모두 다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너무 궁금해서 못참고, 작가님의 글을 자세히 읽어보게 되었다. 그녀와 너무 많이 닮은 차분하고 진심 어린 글이었다. 직접 옆에서 말해주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와! 이렇게 글을 써야 작가가 되는구나. 이런 따뜻한 글을 나는 쓸 수 있을까? 특별할 것 없는 단어를, 아주 특별한 단어들로 만든 글은 나를 자꾸 멈추게 했다. 글을 읽고 감동만 받으면 되는데, 다른 생각들이 나를 힘들게 하고 있다.
나는 과연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은 쓰레기인가? 어떻게 해야 이런 글을 내어놓을 수 있는 건가? 부끄럽다. 부럽다.
욕심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이제 시작한 글쓰기가 만족스러울 수 없다. 어쩌다 책을 읽는 사람이 된 지도 몇 년 되지 않았다. 그것도 중간에 온 슬럼프와 개인적인 문제로 얼마간 쉬웠기 때문에 정작 이제 첫걸음이나 다름없다.
처음 브런치에 글을 시작할 때 걱정되었던 일이 일어나고 있다.
잘 쓴 글을 보고야 말았다.
인기 있는 글의 리스트를 보았다.
조회 수가 높은 글들은 참 자극적이다.
나는 과연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정체성의 문제는 어디에나 가면 만나는구나…. 휴!!!
이 나이가 되어서도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글쓰기에서 나는 어린아이와도 같은데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잘하자. 정성을 다해 진심으로 쓴다면 나에게도 좋은 글을 쓰는 그런 날이 올 것이다. 이렇게 자기 위안을 해본다.
언젠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내 글을 읽어보실 그런 날이 올 수도 있는데…. 생각만 해도 심장이 아프다. 땀이 난다. 그러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고 오늘도 한 글자 한 글자 나의 마음을 적어본다.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진심을 담은 그런 글을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