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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뭘 했나요?

매일 글쓰기 65일 차 (2023.06.26)

by 장보라

어릴 적 다닌, 영어학원에 월요일이면 꼭 물어보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What did you do last weekend?


지난 주말에 뭘 했는지에 꼭 물어보면서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학생들의 답변은 ‘잠을 잤다’라는 답변이 제일 많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할 말이 없어서, 그게 제일 쉬워서, 그리고 선생님의 다음 질문을 막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같은 말만을 할 수 없습니다. 영화를 보러 가거나, 등산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한 주말에는 무언가 당당하게 그 질문을 선생님이 해 주기를 바라기도 했었습니다.






이런 기분을 요즈음 다시 스페인어를 배우면서 느끼고 있습니다.


처음 이 질문을 스페인어로 들었을 때는 이건 뭐지? 이 익숙함은? 그러면서 기억 속의 어떤 시점으로 나를 보내 줍니다. 질문 하나가 나를 다시 어릴 적으로 보내 주는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Qué hiciste el fin de semana pasado?




아이를 키울 때, 비슷한 상황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게 되면 꼭 방학 때 어떤 일을 했는지를 발표하게 합니다. 많은 친구들이 해외여행 이야기를 한다고 합니다. 제 친구는 아들이 너무나 그럴싸하게 거짓으로 여행 이야기를 꾸며 내는 것에 충격을 받았고 해외여행을 가야겠다고 저에게 흥분해서 이야기한 적도 있습니다. 저도 조카 두 명과 함께 일본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아이들 머릿속에는 그 기억이 아주 강하게 남아있다고 고맙다는 이야기를 얼마 전에 들었습니다. 그 기억으로 이런 비슷한 상황을 잘 넘길 수 있었다고 더 친구들의 여행 이야기에 기죽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게까지 생각하는지는 몰랐습니다.


주말이나 방학에는 꼭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걸까요?

저는 주말은 쉬는 날이고, 사람이 많은 휴가철에는 휴가를 가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지금은 휴가를 가는 날이 그래도 자유롭지만, 예전에는 8월 첫 주에 많은 회사들이 휴가를 가서 비싼 경비와 많은 사람들 속에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도 아이가 어릴 적에는 친구들의 여행 이야기에 기죽지 말라고 힘들지만, 여기저기를 데리고 다녔습니다.



지금 스페인어를 배울 때는 꼭 지난주 그 일을 하지 않았어도 그 말이 하고 싶으면 했다고 생각하고 답변을 만들어서 수업에 들어갑니다. 언젠가는 내가 할 수도 있는 말을 만들어봅니다.


이번 주 스페인어 수업에서는 저는 지난 주말 다녀온 전주 여행 때문에 아주 신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스페인어로는 도서관이 ‘biblioteca(비블리오때까)’입니다. 멋진 단어라고 생각이 되어서 꼭 작문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거든요.


외국어를 배울 때는 할 말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일부러 질문도 하고 없던 답변도 만들고 하면 언젠가는 그 일을 하고, 그 말을 할 수도 있는 사람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다시 시작한 스페인어를 잘하고 싶은 욕심에 이런저런 말을 해봅니다. 횡설수설 글쓰기^^





두 번째 나의 직업은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것의 첫걸음으로 이곳에 매일 글쓰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글은 편집이 들어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생각나는 대로 쓴 첫 글입니다. 엉망이라 부끄럽지만 그대로 발행을 누르려고 합니다.


오늘이 65일 차.


왠지 기분이 좋다. 벌써 작가가 된 것 같다.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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