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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페르소나 "장보라" 만들기

매일 글쓰기 68일 차 (2023.06.29)

by 장보라


어이가 없는 시간이 흘렀다.


작가 이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순간부터 몇 시간째 이리저리 궁리 중이다.



나는 내 본명으로 활동을 할 생각이 없다.

조금 아니 많이 쑥스럽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생을 하나의 이름으로 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명함을 처음 만들던 때, 나의 영문 이름은 ‘akjang’이었다. 그 ‘에이케이장’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악짱’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항상 영어 이름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던 나는 동료들에게 점심을 사줄테니, 이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었다. 그래서 탄생한 이름이 비비안(Vivian)이다. 오랫동안 내 명함의 영문란에는 ‘Vivian Jang’이라고 쓰여 있었다.


영어모임에서 만난 언니들과는 본명보다 비비안 이름으로 불리기 때문에 이런 에피소드도 있었다.


조용한 백화점 1층의 화장품 코너에서 큰소리로 “비비안~”이라고 나를 부르는 “마돈나” 언니를 만났다. 언니는 반가워서 자연스럽게 나온 소리였겠지만 너무 큰소리여서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숨어버렸었다. 백화점 매장 언니들이 모두 다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SNS를 시작하고 온라인으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비비안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지금은 길거리에서 ‘비비안장’이라고 불러도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이 이름에 익숙해져 있다. 아니, 어쩌면 현재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들 중에 ‘비비안장’으로 나를 부르는 사람이 본명으로 부르는 사람보다 많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그런데, 글을 쓰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나니, 이름이 걸리기 시작했다. 책 표지에 쓰여 있는 비비안장을 볼 자신이 없다. ‘비비안장 작가‘ 아닌 것 같다. 어떤 SNS 친구는 이름이 너무 길다며 줄여달라고 까지 한다. 아! 그래서 비비쌤이라고 나를 부르나? 지금까지는 별 생각이 없다가 정말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에 바꿔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게 오늘이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몇 시간을 이름 검색을 했다.


비비안장을 거꾸로 해서 – 장안비 작가로 할까? 하다가 조금 더 쉽게 접근하자는 마음에 결정했다. 궁리한 시간에 비하면 너무 쉽게, 너무 빠르게, 이 이름으로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둥둥둥.. 뭘까요?



장.보.라. (Jang BoRa)


“장보라 작가” 보라색을 좋아한다는 아주 간단한 이유다.

기타 이유는 발음이 쉽고, 직관적이고, 받침이 없고, 영문도 쉽고 머 등등이다.


아. 왜 이렇게 입에 딱 붙나.. 했더니, 운영하는 북클럽 이름이 <북보라 북클럽>이어서 인가보다. 이렇게 연결이 되는건가!



글을 쓰는 이. 나의 또 다른 페르소나는 “장보라”다. 무척 마음에 든다.

과연 어떤 이름이 이길 것인가? 나의 앞날이 궁금하다.


이상한 일로 오후를 날려버렸지만,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나 자신이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지는 건가?

혹시, 저에 대해서 아시는 분은 의견 주세요.






두 번째 나의 직업은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것의 첫걸음으로 이곳에 매일 글쓰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글은 편집이 들어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생각나는 대로 쓴 첫 글입니다. 엉망이라 부끄럽지만 그대로 발행을 누르려고 합니다.


오늘이 68일 차.


왠지 기분이 좋다. 벌써 작가가 된 것 같다.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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