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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편지를 언제 써 보았을까요?

매일 글쓰기 67일 차 (2023.06.28)

by 장보라

좋아하는 작가님의 취미 중에 ‘손편지 쓰기’가 있다고 한다.


나는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 언제? 누구에게? 손편지를 마지막으로 썼을까?


긴 편지는 아니었던 것 같고, 선물을 주면서 카드에 짧은 몇 줄의 글을 써서 준 것이 생각이 났다. 그 몇 줄도 쉽지 않았던 기억. 받는 사람을 골똘히 생각하고 나의 마음을 넣을 길지 않은 몇 줄을 생각해 내었고 백지에 연습하고서야 카드에 쓸 수 있었다.



요즈음에는 메일을 쓰거나 스마트폰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긴 편지를 손으로 쓴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얼마 전, 집안 정리를 하다가 연애 시절 남편이 보낸 편지를 발견했다. 그 편지는 연애 초기였는데 절대로 많은 감정 표현을 하지 않았던 그가 준 편지여서,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나 보다. 갑자기 발견한 그 편지를 청소하던 방 한구석에 앉아서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사는 그녀에게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나의 연인이 되어주어서 고맙다’라는 부분에서는 살짝 눈물이 났다. 그렇다. 그런 연애를 했었다. 그가 나에게 준 편지는 몇 장 되지 않는다. 감정 표현이 적었던 그였기에 그 편지를 보는 내내 눈물이 흘렀다. 조금 어려운 내용이었고 3인칭으로 내가 설정되어있었다.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연애편지는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나는 그 편지를 볼 때마다 운다. 그 마음이 느껴져서 일까?



(다시 글로 돌아오자.. 정신차려!)



손글씨는 각자의 개성을 나타낸다. 사람들은 모두 다른 글씨체를 가지고 있다. 나도 몇 가지 글씨체가 있고 필기구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을 보면 다시 한번 얼굴을 쳐다보게 되는 때도 있다. 이렇든 손글씨는 매력적이다.


손글씨도 특별하고, 거기에 자신의 감정이 들어있는 편지를 써준다는 것은 꽤 정성이 들어간 작업이다.

손편지를 취미로 하신다는 그 작가님은 책 선물을 할 때 속지에 조심스럽게 몇 자 적어서 건네준다고 한다. 이 방법 좋은 거 같다. 요즈음 책 선물은 인터넷 서점에서 바로 그 사람 집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아서 내 마음을 표현하는 건 문자메시지로 대신하곤 한다. 몇 년 전 어떤 모임에서 마니또 책 선물을 하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나는 그냥 책만 보내기 싫어서 우리 집으로 배송을 받아 작은 선물과 손글씨로 쓴 카드와 함께 다시 보낸 적이 있다. 물론 배송비는 아까웠지만, 마음은 좋았다.


“휴대폰 메시지는 너무 가볍고 전화 통화는 역시나 부담스럽다.
그럴 때 편지를 쓰자.” - 고수리 <마음 쓰는 밤>



나는 이 표현이 마음에 무척 든다. 통화가 부담스러워진 사회에 살고 있다. 나 역시도 그렇다.


손글씨로 쓴 편지는 어떨까? 이 행위는 상대방을 잘 모르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상상해보자. 혹시, 나중에 내가 작가가 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책 속지에 사인만 달랑 하지 않고 좋은 글을 써주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 (진짜로…. 꼭!!)


한 달에 한 통도 좋고 연말 감사 인사도 좋고 올해는 내 마음을 손편지에 적어보아야겠다.

기분 좋은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두 번째 나의 직업은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것의 첫걸음으로 이곳에 매일 글쓰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글은 편집이 들어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생각나는 대로 쓴 첫 글입니다. 엉망이라 부끄럽지만 그대로 발행을 누르려고 합니다.


오늘이 67일 차.


왠지 기분이 좋다. 벌써 작가가 된 것 같다.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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