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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살아있다.

매일 글쓰기 80일 차 (2023.07.11.)

by 장보라
삶과 죽음 사이에는 도서관이 있단다. 그 도서관에는 서가가 끝없이 이어져 있어. 거기 꽂힌 책에는 네가 살수도 있었던 삶을 살아볼 기회가 담겨 있지. 네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지 볼 수 있는 기회인 거야..... 후회하는 일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하나라도 다른 선택을 해보겠니?”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The Midnight Library> 매트 헤이그





북클럽의 이번 주 책인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한 문장이다.


주인공 노라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이 시작한다. 그 분위기에 휩쓸려 약간은 긴장이 된 상태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삶과 죽음 사이에 존재한다는 도서관을 만나게 된다. 지나온 시간 중에서 한 번쯤 다시 그 시간으로 가서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준다는 설정이다. 그리고 그 시간에 실망한다면 바로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오게 된다.


살면서 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인생은 어쩌면 계속된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사소한 선택 예를 들자면 ‘오늘 저녁은 무엇을 먹을까?’부터 '이번 주말 그 친구를 만날까? 말까?' 같은 선택도 있다. 조금은 인생의 중요한 '어떤 학교, 직장을 들어갈 것인가? 어떤 꿈을 꿀 것인가? 군대를 다녀오고 유학하러 갈까? 유학을 하고 군대에 갈까?' 같은 조금은 큰 결정도 있다.


몇 달 전 북클럽 원들과 ‘만약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때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가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지 않았다면...'이었다. 결혼 자체를 안 하겠다는 선택이 가장 많았다. 그냥 웃고 말았지만, 왜일까?


나도 그랬지만, 우리는 결혼이란 것을 잘 몰랐다. 그리고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나이에 하지 않으면 안되는 줄 알았고, 결혼하면 꼭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평범한 삶이고 그 틀에서 벗어나게 되어 받게 되는 시선과 질문에 자유로울 수 없었다. 아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바보같이...

친구 중에 유학과 동거, 결혼, 지금은 딩크족으로 사는 아이가 있다. 지금 만나면 우리는 물어보게 된다. ‘너는 그 나이에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냐고? 어떻게 알고 있었냐고? 남자, 결혼, 아이에 대해서….’

안 가본 길에 대한 후회는 항상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알고 신중했어야 했다.

과연 지나간 인생의 선택 길에 한 번 더 설 수 있다면 나는 언제로 가고 싶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좀 더 열심히 공부할걸. 고3 원서 쓸 때 조금만 더 신중했어야 했다. 유학을 간다고 단식투쟁이라도 해볼걸. 결혼을 미루고 글로벌 회사로 이직했어야 했나. 조금 더 어른이 되고, 아이를 낳을걸. 아들에게 형제를 만들어 줄걸. 친구들과 만든 회사를 좀 더 잘 운영해 볼걸, 건강에 힘쓸걸……. 머 등등 많은 후회가 있다. 하지만 과연 그때로 가면 다른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지금도 사는 것이 만만하지는 않지만, 나는 지금 정말로 살아있는 것에 감사한다. 이 부분은 몇 달 전만 해도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심심치 않게 들리는 ‘어쩌면, 100살까지 살지도 모른다. 어떻게 그때까지 살 수 있을까? 이건 재앙이다.’ 이런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난 겨울 큰 수술과 함께 죽음이라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나니, 살아있는 것이 큰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지 말이다.



나는 오늘도 이런 기도로 아침을 시작한다….

‘오늘도 평범한 하루를 허락하심에 감사합니다.’

오늘부터라도 ‘후회’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게 살아보자.

나는 오늘 살아있다.





두 번째 나의 직업은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것의 첫걸음으로 이곳에 매일 글쓰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글은 편집이 들어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생각나는 대로 쓴 첫 글입니다. 엉망이라 부끄럽지만 그대로 발행을 누르려고 합니다.


오늘이 80일 차.


왠지 기분이 좋다. 벌써 작가가 된 것 같다.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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