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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미안하다고 하시는 분들이 속상해

매일 글쓰기 82일 차 (2023.07.13.)

by 장보라


며칠 전부터 어떤 강의를 듣고 있다. 신청한 것도 잊고 있었는데, 얼떨떨한 기분으로 온라인 강의장에 들어갔다. 오프라인으로 강의장에 참석하는 인원이 30명 정도 되고 나머지 지원자는 온라인으로 참석하는 방법으로 진행이 된다. 이번 강의는 ‘서울시 중장년 00000’ 이런 이름을 가지고 있으므로 평균 연령이 좀 높은 것 같다. 줌에서 가끔 보이는 어르신들의 모습도 있다.


당연한 듯이 카카오톡 방이 오픈되었다. 공지 사항을 올리는 용도라고 하는데 당연한 듯이 질문이 올라온다. 그런데 조금은 마음이 안 좋다.


‘저 미안하지만….’으로 거의 시작되는 질문은 어르신들이 많다. ‘강의를 다 이해하지 못했다. 어디에서 찾을 수 있나?’ 이런 질문을 하신다. 당연한 것 아닌가? 몰라서 처음이라서 강의를 신청했고, 잘하고 싶어서 질문하는 것인데, 왜 미안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가끔 ‘강의에 집중하라거나, 그런 질문은 하지 말아달라거나’하는 답변이 달리기도 한다. 굳이 그렇게 답변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어른은 힘들다. 어른의 정의도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결혼한 사람이 어른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유는 나보다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개인적인 희생이 당연히 강요되었고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이가 어른이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결혼이나 자녀의 유무로 나눌 수 없다. 다양한 삶의 형태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예전에는 나이가 들면서 삶에서 습득되는 것이 있어서 나이가 많은 사람이 나이 어린 사람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반대가 된 것 같다.


기술의 발전으로 이쪽에 관심이 많은 나조차도 약간은 버거운 부분이 있을만큼 빨리 변하고 새로운 것이 너무 빨리 나오고 있다. 내 생각으로는 지금 6, 70대가 가장 어려울 것 같다. 물론 나이가 4, 50대라도 변화하는 기술의 발전이 버거워할 수는 있지만, 6, 70대는 자녀들도 독립해서 집에 부부 두 명만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다. 물어볼 사람이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100세까지 산다면 불편하기 때문에 모르고 그냥 살수는 없다.





베스킨000 매장의 터치패드 앞에서 난감해하시는 어떤 어머님을 만나서 도와드린 적이 있다.


‘저 미안한데 이것 좀 부탁해도 될까요?’ 흰머리가 너무나 매력적인 분이었다.

‘아, 예 괜찮아요. 도와드릴까요?’

‘손녀가 이걸 먹고 싶어 하는데 잘 모르겠네. 매번 그냥 주문했었는데 나도 이거 사용해보고 싶었거든. 언제까지 아르바이트생에게 부탁할 수는 없어서요’

‘그럼 직접 해보세요. 제가 알려드릴께요. 해보셔야 다음에도 하죠.’


이것저것 설명을 해 드리고 내가 주문해 드리지 않고, 사용은 직접 하시게 해드렸다.

솔직히 메뉴가 엉망진창으로 되어 있어서 속으로는 화가 많이 났지만, 그분이 오해할까 봐서 최대한 웃고 있었다. 조금 더 쉽게 메뉴를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일부러 할인을 못 받게 하려고 어렵게 했나.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알게 된 점은 어르신들도 이런 것을 직접 사용해보고 싶어 하신다는 거였다. 그렇구나.



미안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분들이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조금 더 편리하게 만들어 놓았으면 한다. 또한, 조금 더 안다고 먼저 알게 되었다고 자기주장만 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번 강의를 위해서 만들어진 카톡방이나 줌 채팅방을 보면 '참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굳이 저렇게 잘난척을 해야 하나. 자기 주장만 해야 하나. 꼭 찝어서 잘못했다고 강의 잘 들으라고 해야 하나.' 싶다.


용기를 내서 물어보세요. 그래도 됩니다. 미안해하지 마시고요. 그리고 나이가 조금 어리다고 다 아는 건 아니랍니다.




두 번째 나의 직업은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것의 첫걸음으로 이곳에 매일 글쓰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글은 편집이 들어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생각나는 대로 쓴 첫 글입니다. 엉망이라 부끄럽지만 그대로 발행을 누르려고 합니다.


오늘이 82일 차.


왠지 기분이 좋다. 벌써 작가가 된 것 같다.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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