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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을 울면서 천천히 걸었던 그 아이가 보고 싶다.

매일 글쓰기 83일 차 (2023.07.14.)

by 장보라

넓은 학교 운동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어린 여학생이 있다. 비가 오고 있었다. 하늘은 온통 회색빛이다. 바닥은 빗물이 흐르고 있다. 운동장도 텅 비어 있었다. 소녀는 잠시 무슨 생각을 하는 것 같은 얼굴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작은 오른손에 우산이 있다. 하지만 그냥 손에 든 채로 비 속으로 나간다. 그냥 걷는다. 굉장히 슬픈 얼굴을 하고 있다. 굉장한 사건이 일어난 것은 아니다. 왠지 슬퍼야 할 것 같은 그때, 그 아이는 짝사랑의 열병 속에 있었다. 그녀를 그렇게 만든 도덕 선생님은 너무 멋있었다. 하얀 얼굴, 멋진 눈동자, 따뜻한 손, 금테안경 속 긴 속눈썹을 가진 총각 선생님. 그 당시 일기장에 계속 나오는 이름 이 환기.

갑자기 이름이 기억이 나서 깜짝 놀랐다. 어떻게 지금도 그 이름이 기억이 날 수 있을까? 우와! 정말 좋아했었구나. 그 아이는 그날 비를 맞으며 걸었고 조금 울었던 것 같다. 정확하게 어떤 것을 원하고 한 행동은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던 것 같다.


15살. 정말 다 자랐다고 생각했고, 모든 일에 심각했다. 그런 아이였다. 그저 그 나이에 맞게 신나고 재미나게 살아도 되었을 것 같은데, 왜 그랬을까?



누군가를 마음속에 넣고 생각하면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그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아이가 너무 귀엽고 그 순간이 너무 소중하다.

비와 함께 갑자기 소환된 도덕 선생님은 잘 지내시겠지? 머리가 회색빛으로 변하셨겠지만 멋지게 나이 든 남자의 모습일 것 같다. 궁금하네.


비가 온다. 계속 온다. 일기 예보에도 계속 비가 온다고 한다. 어릴 적 비를 맞고 훌쩍였던 그 아이가 갑자기 보고 싶다.




두 번째 나의 직업은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것의 첫걸음으로 이곳에 매일 글쓰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글은 편집이 들어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생각나는 대로 쓴 첫 글입니다. 엉망이라 부끄럽지만 그대로 발행을 누르려고 합니다.


오늘이 83일 차.


왠지 기분이 좋다. 벌써 작가가 된 것 같다.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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