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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사투리 쓰는 불어 선생님 이야기

매일 글쓰기 84일 차 (2023.07.15.)

by 장보라


토요일 아침 스페인어 수업을 위해서 힘차게 걸어서 강의장에 도착했다. 같이 수업을 듣는 10명 정도의 사람들이 있다. 아직은 다들 어색한 미소만 주고받는 사이다. ‘카톡방 만들어서 예습, 복습하고 정보도 교환하고 하는 모임 할까요?’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그분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서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하고 자리에 앉는다.


새로 만난 스페인어 선생님은 조금 특이하다. 우선, 잔소리가 심하다. ‘지금 외워야 하는 건 꼭 지금 외우자. 매일 시간을 내서 소리내서 연습해야 한다. 외국어 배우는 것을 설렁설렁하면 안 된다. 꼭 외워와라. 시킬 거다. 어렵지만 지금 해야 한다. 그렇게 발음하면 안 된다. 복습을 안 해오면 다른 사람에게 민폐다. ‘등등 꽤 많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시킨다. 한두 명도 아니고 다 시킨다. 학교 다닐 때 수학 시간이 생각날 정도다. 그 수학샘은 한반 학생을 모두 다 시켰었다. 나는 어린마음에 수학샘이 제일 편한 직업이다. ’정말 수학을 잘할까? 못해서 시키는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내 차례가 돌아오는 그 느낌, 정말 오래간만에 느끼는 긴장감과 스트레스다. 짜증이 나다가도 기분이 살짝 업되고 좋기도 하다.


모니카(스페인어 선생님 이름)가 오늘 이런 말을 했다. 같은 스페인어라도 어디서 배웠는지에 따라서 느낌이 아주 다르다고 한다. 밝고 긍정적인 발음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주 사무적으로 딱딱하게, 아니면 심드렁하게 빨리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 갑자기 머리를 스치는 한 사람이 있다.


그녀는 고등학교 불어 선생님이다. 우리 학교는 제2외국어가 불어였다. 경상도 사투리가 아주 심한 부산사람. 그분은 평소 아주 거친 한국어로 이야기를 했다. 목소리도 아주 컸고, 다소 강한 발음으로 자주 말했다. 나는 부모님이 경상도 분들이어서, 경상도 사투리 듣기에는 별문제가 없었지만 다른 친구들은 거의 외국어라며 힘들어하곤 했다.


그런데 그녀가 불어책만 손에 들면 아주 다른 사람이 되곤 했다. 얼굴에도 미소를 띠면서 부드럽고 리드미컬하게 불어를 읽어 나아갔다. 처음 들었을 때는 ’이중인격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불어는 귀족 언어다. 우아하게 발음해야 한다. 머 이런 자기주장을 많이 했었다. 불어로는 큰소리도 없고 화를 낸적도 없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그녀가 불어로만 이야기 하기를 원했었다. 불어로 이야기 할 때는 멋진 파리지앵 같았었다.

나는 어떤 모습일까? 목소리는? 모습은? 억양은? 우리나라 말 포함 지금 배우고 있는 스페인어도 마찬가지다. 물론 영어도. 녹음해서 들어보면 느낌을 알 수 있을까?


외국어 공부를 할 때 매력적인 목소리를 찾아야겠다. 롤모델을 찾아서 똑같이 해보면 그런 분위기가 나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공부를 해야겠다. 아니 한국어도 제대로 해보고 싶다. 그저 모국어라고 해서 배워본적도 톤이나 속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목소리 튜닝이나 그런 것도 있다고 하는데 찾아보아야겠다. 글에도 문체가 있는데 목소리도 그렇다. 할 일이 많네.


혹시 괜찮은 롤모델을 알고 있으시면 추천해주세요.




두 번째 나의 직업은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것의 첫걸음으로 이곳에 매일 글쓰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글은 편집이 들어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생각나는 대로 쓴 첫 글입니다. 엉망이라 부끄럽지만 그대로 발행을 누르려고 합니다.


오늘이 84일 차.


왠지 기분이 좋다. 벌써 작가가 된 것 같다.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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