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87일 차 (2023.07.18.)
20대 후반, 얼떨결에 엄마가 되고 나에게도 아이가 생겼었다.
정말 준비 없이 엄마가 되고 나니, 모든 것이 어설프고 모르는 것투성이였다.
나만 바라보는 정말 작은 아이를 보면서 느낀 두려움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내가 엄마가 되었다고? 정말?'
내가 하는 결정이 한 생명에게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고서는 너무 무서웠다.
하나하나가 너무나 조심스러웠고 잘 모르는 상태로 그저 열심히만 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아이도 자랐고 어떤 여자도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지금 그 아이는 군대를 다녀온 청년이 되어있지만, 가끔 사진 속의 작은 아이를 만나게 된다. 일부러 핸드폰 속의 사진들이 없어지는 게 아까워서 앨범으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 그런데도 굳이 한가지 후회하는 부분이 있다.
아이의 목소리를 남겨놓을걸.
사진, 영상도 있지만, 목소리 부분이 가장 후회가 된다.
아무리 기억하려 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릴 때 종알종알 떠드는 목소리를 남겨놓을걸.
KBS TV 프로그램 중에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있다. 처음, 이 프로그램은 반감이 있었다. 특정 연예인들의 큰 집에 위화감도 많이 들었다. 다이슨 청소기가 집집마다 보급되는 데 큰 공로가 있는 프로그램이다. 삼둥이 아빠인 송일국이 들고 있던 청소기에 모든 엄마들의 눈이 쏠렸다. 그전에는 일부 엄마들만 사용하던 그 청소기가 지금은 집집마다 있다. 이 프로그램으로 남자들이 슈퍼마켓에서 장을 봐도 가정적인 남자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 이전에는 특정 시간에 마트를 왔다 갔다 하는 남자를 보는 시선이 그리 편안하지 않았다. ‘직업이 없나? 혼자 아이를 키우나?’ 등등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시선이 있었던 그때였다. 지금은 요리하는 가정적인 남자로 인식되어 진다. TV 프로그램이 주는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만약 연예인이라면 굳이 사생활이 전부 노출되는 (약간의 기획이 들어가지만) 부분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프로그램에 나가고 싶을 것 같다. 이유는 아이들의 가장 예쁜 순간을 프로 PD들의 편집으로 남겨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 아이들의 예쁜 순간을 많이 남겨놓을걸.
하지만 아이들이 어린 그때는 엄마 아빠도 정말 바쁘다. 회사 일도, 집안일도, 부모가 되는 일도, 각자의 인생도, 생활도, 할 일이 정말 많다. 그래서 금방 자라는 아이들의 시간을 남겨놓는 일이 많이 어렵다.
다 자란 아들을 보니 아이 때 나를 바라보던 예쁜 아이의 눈, 내 품에서 새근새근 자던, 활짝 웃는 모습이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중 유독 목소리가 그립다. 종알종알 이야기하는 목소리, 까르륵 웃는 목소리, 우는 소리까지 모든 것이 남아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아이가 있다면 꼭 목소리를 남겨놓으세요. 정말 그리운 순간이 옵니다.
왠지 기분이 좋다. 벌써 작가가 된 것 같다.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