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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라 Aug 05. 2022

엄마도 여자다! (2020.09.07)

2020.09.07


'집에와서 미역국 먹어라.'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이  생일이란다. (사실 오늘은  음력 생일이어서, 어색한 날이다.)


아침부터 부모님 댁에 들르기 위해 오래간만에 운전을 했다.. 이런  (바람 많이 불고,  많이 오는 .. ) 운전하는  싫어하지만,..  부모님께 드릴 것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정말 가까운 거리인데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다.


엄마는 올해 80, 아빠는 81세가 되셨다. 항상 밝고 건강하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싫다. 엄마 아빠가 늙는게 나는 정말 싫다. 나는 엄청 다정한 딸이 아니다.. 오히려 팩트를 항상 날리는 무심한 딸이다. 그리고 항상 바쁜 딸이었다.


오늘은 엄마를 위해 산 지갑과 단백질 보충제를 전해 드리기 위해서 가는 거다.. 물론 엄마가 나를 위해 만드신 미역국도 있지만.. 아마도 그것 만으로는 안 갔을 거다..  



지갑.. 작은 지갑... 요즘엔 여자들의 가방이 작아졌다. 그래서 나도 10 넘게 들고 다니던 장지갑을 얼마전 작은 지갑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엄마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었다.얼마  엄마의 가방 속의 영수증 정리하던 오래전에  드린   지갑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 지갑 작은  있으면 좋겠지??" 하고 물어보니, "당연하지... 사려고 하고 있었다.." 하시는 거다.

"기다려..~~" 하고 나는 백화점에서 적당한 지갑을 찾아서 이리저리 움직였다.

맘에  드는 지갑을 발견하고 살까?? 하다가 검색  하고서..라는 생각에 집으로 왔다. 그래서 검색을 하고 최저가를 발견한  구매를 했다. 지갑을 오늘 가져다 드렸다.


엄마는 .. 샀어. 내가 사도 되는데... 하시지만... 좋아하셨다.

새로 산 좋은 지갑에 엄마의 카드와 현금.. 메모한  들을 옮겨드리기분이 너무 좋네... 미리 바꿔 드릴걸.


엄마도 여자다..!!!


https://pin.it/1aASrFu



이와 비슷한 경험을 몇 년 전에도 한 적이 있다..

아빠의 자전거에 걸려있던 MP3 Player를 발견했을 때다... 우리는 거의 음악을 항상 곁에 두고 산다.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좋은 헤드폰, 스피커를 찾고... 운동을 하거나, 걷거나.. 할 때도 꼭 챙겨서 나간다.. 그런데, 엄마, 아빠도 음악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아빠는 직접 찾아서 자전거에 그때 유행하던 어르신들의 음악 플레이어인 듯 한 걸 잘 듣기 위해 구입하신 거였다.. 아빠도 그냥 할아버지가 아니라, 그 시간을 살고 계신 사람이었던 거다... 그래서 나는 그때, 멋진 자전거 핼맷과 옷을 사드린 기억이 있다... 그 후... 자전거 타는 아빠는 못 알아볼 만큼의 청년의 모습으로 자전거를 타신다.... ㅎㅎㅎ


갑자기 생각난 또 하나의 이야기는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였는데,... 오토바이&자동차 박물관이었던 걸로 기억이 된다. 나는 아들 사진을 찍기 위해서 할레이데이비슨의 그 유명한 오토바이 앞에서 카메라를 세팅했다... ㅋㅋㅋ 그런데, 갑자기 아빠가... 오토바이에 올라앉으시더니, 본인의 폰을 저에게 주시면서 찍어 달라고 하시는 거다.. 응? 잉? 아빠가~~~ 난 한 번도 아빠랑 오토바이를 관련지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빠도 남자였다... 너무 멋진 모습으로 포즈를 잡으신 아빠는 핸드폰 바탕화면으로 세팅을 하셨다... 아.. 난 정말 그분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다... ㅎㅎㅎ


부모님과는 한 10년을 아파트 같은 라인의 4층 14층에 살았다. 그래서 울 아들을 거의 다 키워 주셨다. 내가 바쁘게 일만 하고 살 수 있었던 건 엄마, 아빠의 근거리 케어 덕분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어쩔 때는 귀찮아하기도 했다.. 엄마의 잔소리가... 지금.. 오늘에서는 조금 아쉽다. 지금까지 4층에 엄마, 아빠가 사신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앞으로의 10년은 그분 들과 시간을 많이 같이 보내면서 지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얼마 전 카메라도 새로 구입을 했다...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사랑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일방적인 효의 생각이 아니다... 나는 꼭 그렇게 할 것이다..  50이 된 이제야 그분들의 각각의 인생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두서없이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막 써 내려간 글이라.. 이게 먼가 싶지만... 코로나19가 조금 안정화되어서, 가까운 곳이라도 함께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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