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자꾸만 핸드폰으로 시선이 간다. 나는 어디를 가든지,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고 이동한다. 이유는 일요일 저녁에는 일주일에 한 번 아들에게서 전화가 오기 때문이다. 내 아들 K는 작년 5월에 입대를 했다. 내 품에서 새근새근 자던 아가는 나의 키를 넘겨서 자라더니, 군인 아저씨(?)가 되었다. 20살이 될 때까지는 정확히 기억나던 나이도, 키도 이제는 맞나 싶게 아들은 자랐다.
휴대폰 사용이 허용되는 주말 저녁에 K는 어김없이 전화를 한다. 정확히 10분 이내의 소소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무얼 먹었는지, 지난 일주일 동안 아픈 곳은 없는지. 신병은 들어왔는지. 상병은 언제 되는지.. 사실 나는 이런 이야기 보다, 그의 목소리 톤에서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구나.. 를 알게 되고 안심하게 된다.
아들이 군대를 가면 얼마나 보고 싶냐고 친구들이 묻는다. 그렇다. 보고 싶다. 예상하지 못한 떨어짐이다. 첫아들이어서, 어떤 일들이 앞에 벌어질지 모르고, 입영을 했다. 아들을 군대에 보내 본 엄마들만 알 수 있는 그런 마음이 있더라. 정말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그런 것이다.
하지만, 나도 엄마도 사람인지라, 몸이 홀가분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 부분은 아들이 몰랐으면 한다.) 항상 '오늘은 뭐 먹어? 다른 건 없어?' 등등의 식사를 하기 위한 질문들이 오고 가는데, 이 부분이 엄마들에게는 꽤나 부담스러운 일인지라, 밥에서의 해방이 제일 큰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아들에게 무척 헌신적인 그런 엄마라는 소리는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나는 요리를 잘 못한다. 별로 즐기지도 않는다. 워킹맘으로 그저 바쁘게 일하던 시절에 나는, 빨리 만들어지는 식사에 집중을 했다. 밥에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너무 아까웠다. 그렇게 이리저리 방방 뛰면서 살아와서인지, 나에게 먹는다는 것은 그저 배고프지 않기 위해서 행해지는 최소한의 것일 뿐이다. 또 한 가지는 울 엄마도 워킹맘이셨고, 내가 잘 먹지 않았던 관계로 나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음식에 노출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다. 내 아들 K도 그랬다. 많은 다양한 맛에 노출시키지 못하면서 키워졌다. 언제인가 나는 K에게 이 부분에 대해서 사과한 적이 있다. 엄마가 이러저러해서 너의 입맛을 개발 못해줘서 미안하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네가 스스로 하면 된다고.. 군대를 다녀오면 이 부분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 궁금하다.
K와의 전화를 마치면 나는 일주일이 끝나고, 새로운 일주일이 오는 것을 느낀다. 처음 군대를 갔을 때는 정말 걱정스러운 마음에 하루 종일 생각한 적도 많지만, 이제는 꼭 그렇지는 않다. 지금은 혹시나 전화가 오지 않으면 무슨 일이 있나. 바쁜가. 하면서 살짝 걱정을 해보기도 한다. 그래서 이 전화 한 통으로 다시 일주일의 평범한 일상을 받을 것처럼 마음을 놓이게 된다.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잘 지내다 오기를 기도한다. 나의 아가에게.. 아들 K에게.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