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생각난 엄홍길 산악인의 말이 생각나서 쓴 글입니다.
산행하듯이 인생을 살면 된다.
항상 꼭 나란히 가지 않아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자기 속도로 오르면 된다. 그러다가 숨이 가빠오고 땀이 흐를 때, 눈을 들어보면 가까운 곳에 나와 함께 산을 오르고 있고 내가 힘들다고 하면 손 내밀어 줄 동료가 있다.
그렇게 인생도 살아가면 된다.
- 산악인 엄홍길
저는 그날 침대에 누워 딴짓하면서 듣다가 이거다 싶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사람 관계에 힘들어할 때였어요. 등산을 할 때도, 같이 걸을 때도, 뛸 때도, 그게 궁금했거든요. 말을 계속해야 하나. 안 하면 싫어할까? 머 그런... 그래서 혼자 다니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 그렇구나! 굳이 같이 갔다고 해서 갑자기 친밀감을 나타내면서 이런저런 것을 묻고 친밀감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구나. 같이 길을 걷는다는 것은 서로에 대해서 다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그 사람의 짐을 들어주어야 하는 것도 아니구나.
그저 지척에서
같이 걷다가 힘들면 손 잡아주는 것,
한 번 웃어주는 것,
말 한마디 해주는 것 정도면 되는구나.
그것 만으로도 혼자 오르는 외로움과 두려움 없이 든든하게 같이 걸어갈 수 있는 거구나..
싶었습니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이런 인생의 이치를 아는 사람들이구나...
...
첫사랑과 연애시절.. 산에 같이 가자고 하는 제안에.. 좋아요.. 대답했었죠. 그는 산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저는 자신이 없었지만 그에게 푹 빠져 있었기 때문에 YES.. 했었더랬습니다.
산에 가기로 약속한 날. (아직 많이 친하지 않을 때) 산을 가기 위한 옷보다는 그래도 데이트니까 신경을 쓰고 약속 장소에 나갔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날 돌아와서 펑펑 울고, 헤어질 것을 다짐했었어요.
이유는요?? 궁금하신가요? ㅎㅎ
물론 그는 저를 배려해서 천천히 올랐습니다. 하지만, 등산 초보인 저는 너무 힘들었는데 너무 도와주지 않는 거예요. 손도 거의(? 몇 번 잡았나.. 화가 나서 기억이 안 남) 안 잡고 제 배낭도 들어주지 않고요.
저는 오기가 나서.. "그래 내 힘으로 오른다. 그리고 헤어진다." 씩씩 거리면서 걸었어요. 정상에 도착했을 때 어떠했을까요? 제 얼굴에는 화남과 실망이 가득했겠죠? 차분한 그는 그리 말하더군요. 산은 본인의 짐을 본인이 들고 올라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주면 그 사람은 2배가 된다.... 머 등등 굉장히 멋있는 말을 길~~~ 게 했었습니다. 제 귀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22살의 어린 여자아이였거든요. 첫사랑 오빠에게 들떠있는....
갑자기 등산에 대한 예전 추억이 생각나서 몇 자 주저리주저리 적어 봅니다. ㅎㅎ
가까운 거리에 손 내밀면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그럼 성공하셨네요.
(도반 아침도서관의 엔딩곡은 윤종신의 오르막 길..이었네요. 의식의 흐름이란.....)
예전에 쓴 글들을 다시 읽어보는 건 이상한 경험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