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반 아침도서관 막쓰기 - 빛바랜 사진 한장
도반 아침 도서관에서 막쓰기를 시작한 지도
한 달이 되어가고 있다
어제의 주제가 빛바랜 사진 한 장이었다
갑자기 만난 사진 한 장에 생각이 많아져서
우연히 올렸다
오늘, 아니 이번 주 내내
이 주제로 써보려고 한다
오늘의 사진 한 장은 20년 전 엄마와 내 아들 K
두물머리에 놀러 갔다
나는 생각할 것이 많아서
물을 보고 싶었던 것 같다
엄마는 역시나 내가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K를 돌보아 주셨다
나의 임신 9개월 회사에 사표를 내신 엄마
니 아이는 니가 키우라고 임신 내내
이야기하셨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를 봐줘야
내가 일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지금도 이야기하신다
K를 키워준 건 손자가 이뻐서가 아니라
내 딸인 너 때문이었다고
오늘의 나는
엄마의 시간으로 만들어진 거구나
몰랐다
바쁘다고
일이 힘들다고
시어미니랑 사는 거 어렵다고
결혼이 이런 건지 몰랐다고
여러 가지 이유로 나는 내 생각만 했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
엄마가 큰 수술을 한 적이 있다
엄마는 빨리 일어나야 K를 볼 수 있다고
무리하게 열심히 운동을 하셨다
그래도 K를 키울 때는 좋았다고 하신다
본인이 이 세상에 가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고
내 딸에게 큰소리 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정말 그랬다. 큰소리)
그런데 K가 더 이상 할머니의 손이
필요없게 되자
본인이 필요 없어진 것 같아서 슬펐다고
지금은 큰소리치던 엄마가 그립다
엄마랑 아웅다웅 투닥거리던 그때가 그립다
이제는 정말 할머니(?)가 된
엄마를 마주하는 일은 힘겹다
엄마는 항상 젊고 활기찬 엄마였으면 좋겠다
다시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