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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라 Oct 05. 2022

나의 지금은 엄마의 시간으로 만들어졌다

도반 아침도서관 막쓰기 - 빛바랜 사진 한장




도반 아침 도서관에서 막쓰기를 시작한 지도 


한 달이 되어가고 있다


어제의 주제가 빛바랜 사진 한 장이었다


갑자기 만난 사진 한 장에 생각이 많아져서 


우연히 올렸다


오늘, 아니 이번 주 내내


 이 주제로 써보려고 한다







오늘의 사진 한 장은 20년 전 엄마와 내 아들 K


두물머리에 놀러 갔다


나는 생각할 것이 많아서 


물을 보고 싶었던 것 같다


엄마는 역시나 내가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K를 돌보아 주셨다




나의 임신 9개월 회사에 사표를 내신 엄마


니 아이는 니가 키우라고 임신 내내 


이야기하셨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를 봐줘야 


내가 일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지금도 이야기하신다


K를 키워준 건 손자가 이뻐서가 아니라


내 딸인 너 때문이었다고




오늘의 나는


엄마의 시간으로 만들어진 거구나




몰랐다


바쁘다고


일이 힘들다고


시어미니랑 사는 거 어렵다고


결혼이 이런 건지 몰랐다고


여러 가지 이유로 나는 내 생각만 했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




엄마가 큰 수술을 한 적이 있다


엄마는 빨리 일어나야 K를 볼 수 있다고


무리하게 열심히 운동을 하셨다


그래도 K를 키울 때는 좋았다고 하신다


본인이 이 세상에 가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고


내 딸에게 큰소리 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정말 그랬다. 큰소리)


그런데 K가 더 이상 할머니의 손이 


필요없게 되자


본인이 필요 없어진 것 같아서 슬펐다고







지금은 큰소리치던 엄마가 그립다


엄마랑 아웅다웅 투닥거리던 그때가 그립다


이제는 정말 할머니(?)가 된 


엄마를 마주하는 일은 힘겹다


엄마는 항상 젊고 활기찬 엄마였으면 좋겠다




다시 생각하자




나의 지금은 


엄마의 시간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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