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41년생... 올해로 82세 이시다. 아직도 비친다고 속바지를 입고 배 나오는 걸 싫어하시는 분이다. 엄마가 나에게 너무 고마워하는 일이 있다. 그건 수영을 배우라고 내가 권해드린 일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아마도 15년쯤 전인 것으로 기억된다. 그때 나는 워킹맘으로 부모님과 우리 집은 아파트 한 라인에 살고 있었다. 아들을 엄마가 키워주시고, 살림도 해주셨다. 나이가 60이 훌쩍 넘으신 나이의 할머니가 할 수 있는 운동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나는 '엄마, 수영 배워! 알아보니까, 수영이 어르신들에게 좋데.. , 옆 동 친구분들하고 같이 배워!!' 우연히 건넨 말이었는데, 엄마는 그날부터 정말 성실하게 친구 두 분과 함께 수영을 배우러 다니셨다. 주 3회 1시간씩.. 어쩌다 보니, 수영장 셔틀버스가 우리 아파트 앞으로 우회하기까지 했다. (결석이 없으신 세분의 할머니를 위한 수영장 측의 배려다..)
처음에는 정말 싫어하셨다. 너무 무섭다고, 가기 싫다고.. 너무 징징대셨다. (솔직히 귀여우시기도 했고, 살짝 짜증도 났다. ) 나는 강경했다. '다음 달도 등록했어. 다니든 말든 엄마가 알아서 해.' 이런 식이었다.
엄마는 너무 열심히 하셨고, 너무 재미있어하셨다. 그리고 수영을 하시면서 한 가지 덤은 샤워하는 기분 좋음이 있다고 하셨다. 친구분들과 함께...
그리고 몇 년 후, 나도 같은 수영장을 다녔다. 그러면서 엄마의 수영장 입문기를 코치님들에게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너무 무서워서 가운데로 가지도 못하셨다고,.. 그래도 엄마는 포기는 안 할 거라고 코치님들께 말했다고.. 하루도 결석하지 않으셨다고.. 지금은 너무 잘하신다고... 역시! 우리 엄마다..
수영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누구도 도와줄 수 없고, 죽지 않으려면 내 팔, 다리를 움직이고 숨을 쉬어야 한다. 숨이 깔딱깔딱 넘어갈 만큼 열심히 몇 바퀴를 돌 때도, 조용히 파란 물 안에 들어가 있을 때도 너무 좋다.
지금도 엄마와 나는 옆에 앉으면 수영 이야기를 한다. 저 선수는 어떻고, 저 폼은 별로고.. 어디 수영장이 좋다. 물이 어떻다.. 수영복 사러 가자. 등등 이야기가 끝이 없다. 같이 무언가를 공유하는 건 정말 좋은 것 같다.
엄마는 지금도 나에게 수영하게 해 주어서 너무 고마워하신다. 코로나가 여러 가지 생활의 문제를 만들지만, 나에게는 엄마가 수영장을 못 가시는 게 가장 마음이 아프다. 부쩍 늙으신 것 같아 보이는 것도 그 이유가 아닌가 싶다. 예쁜 수영복을 입고 엄마와 같이 수영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