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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니비라이온 Sep 30. 2022

데이터 세대론 : MZ + X

 최근 기업들이 새로운 브랜드나 제품을 출시하면서 내놓는 설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구들이 있다. “MZ세대를 겨냥”하여,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MZ세대의 취향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실제 2020년 이후 뉴스기사에서 ‘MZ세대’라는 단어와 함께 쓰이는 서술어를 분석해 본 결과, ‘인기끌다, 소통하다, 공략하다, 겨냥하다, 사로잡다’와 같은 단어들이 자주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기업에서는 ‘MZ세대’를 핵심 소비세력으로서 주목한 지 오래이고, 안팎에서 ‘MZ세대’를 알아야 한다는 압박과,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는 메시지를 내놔야 한다는 강박이 고조돼 있는 상황이다. 


<그림 1> 뉴스기사에서 'MZ세대'라는 단어와 함께 쓰이는 서술어

대홍기획 강승혜 <데이터 세대론 : MZ + Z> 강의안 중에서 / 소셜데이터분석플랫폼 디빅스


과연 그 모든 것이 MZ세대의 특성인가?


  MZ세대를 논하는 많은 서적들, 언론의 기획기사에서 규정한 MZ세대의 특성들(가치 소비, 착한 소비, 소유보다 경험, 선한 영향력 추구 등)을 가만히 살펴 보면, 자연히 “이것이 정말 MZ만의 특성인가? MZ라서 그런 것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또한, 최근 언론의 MZ세대 연령 규정은 거의 1980년생~2010년생으로 안착하는 분위기인데, 무려 30년에 걸쳐 태어난 이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는다는 건 누가 봐도 무리가 있다. 애초에 MZ라는 규정 자체가 학술적 규정이 아닌 상업적 목적으로 제안됐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림 2> '밀레니얼', 'Z세대', 'MZ세대'라는 단어의 뉴스기사 내 언급 추이와 MZ세대 최초 사용 기원

 대홍기획 강승혜 <데이터 세대론 : MZ + Z> 강의안 중에서 / 소셜데이터분석플랫폼 디빅스


MZ세대의 연령효과와 세대효과


 MZ세대에 대한 논의들 중 상당 부분이 연령효과를 오인하는 데서 나타난다. 기술 진보와 이념, 경제 상황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당장 드러난 현상만 주목한 탓이다. 최근 제기되는 MZ세대론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대부분 이를 근거로 하고 있다. 다만, 한 세대의 공통된 경험으로부터 기인하여 세대 공통의 특성을 만들고, 이를 일생 동안 유지하게 하는 세대효과도 있다. 현재 MZ세대를 특별하게 혹은 유별나게 보이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디지털과 SNS다. 


<그림 3> 연령효과와 세대효과의 의미

대홍기획 강승혜 <데이터 세대론 : MZ + Z> 강의안 중에서 / 소셜데이터분석플랫폼 디빅스


세대가 아니다, 시대다


 디지털화 된 세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이 무의미한 세대, 매스미디어 없이 트렌딩과 이슈화가 가능한 세대, 이들이 이전 세대와 현저히 다른 단 하나의 특성이자 다른 모든 차이를 만든 근원이다. 청소년기부터 혹은 태어났을 때부터 디지털화 된 세상에서 살아왔다는 건 그렇지 않은 세대와는 세상을 완전히 다르게 인식한다는 걸 의미한다. 같은 땅을 딛고 살아가고 있지만, 동시에 완전히 다른 별에 살고 있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는 특정 세대만이 겪은 특별한 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그저 시작일 뿐, 세대가 아니라 시대가 바뀐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림 4> MZ라 불리는 세대가 달라 보이는 이유

대홍기획 강승혜 <데이터 세대론 : MZ + Z> 강의안 중에서


X세대가 다시 재조명되는 이유


 이런 시점에서 X세대, 영포티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나오는 것은 최근 몇 년 간 지속되고 있는 ‘레트로, 뉴트로’ 트렌드와 관련이 깊다. 유튜브와 SNS에서 이른바 알고리즘을 통해 90년대 문화를 접한 10대, 20대들이 시대를 넘은 공감을 바탕으로 ‘퍼나른’ 결과, 미디어에서도 90년대가 소환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소환되는 것이 70년대, 80년대가 아니라 90년대라는 점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가 현재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적 토양과 사상적 기반이 90년대에 대부분 그 원형이 형성되었으며, 그 주역은 바로 X세대였다. 

한 공간에 살지만 서로 다른 별에 사는 것과도 같은 시대이기에 매스미디어의 영향으로 전 국민, 전 세대가 영향을 받는 메가트렌드가 나오는 게 쉽지 않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간 유지되고 있는 레트로라는 트렌드는 X세대가 만든 문화적 토양 위에 디지털화 된 세대 MZ의 탁월한 트렌딩 역량이 결합해 탄생했다. 두 세대가 공명하는 지점에서 메가트렌드가 탄생했다는 건, 멀어 보이는 두 세대가 실은 문화적 토양과 사상적 기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대의 타자화로 인한 몰이해, 무비판적 만능론 경계


 최근 기업이나 언론이 ‘MZ세대’에 임하는 태도는 소비자로서의 특성에만 초점을 맞추어, ‘겨냥하고 공략하고 사로잡아야 할’ 대상으로 타자화 하고 있으며, 정작 낯설게 보이는 그들의 행동이나 현상이 어떤 이유에 기인하는지 맥락과 연원에 대해서는 이해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전에도 새로운 소비세력으로 떠오른 젊은 세대를 별종 취급하던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작금의 MZ세대론은 겉으로 드러난 말초적 현상을 위주로 뭘 좋아하더라, 혹은 뭘 싫어하더라는 식의 얕은 논의, 멋진 키워드 중심의 얕은 이해가 주를 이룬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과거 X세대에 대한 논의 역시 현재 MZ세대를 다루는 태도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무비판적인 MZ세대 만능론을 경계하고 상식적이고 논리적인 시각으로 현상의 근본적 원인과 본질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현재 MZ세대 현상이나 특성은 연령효과, 디지털화, 자본주의로 인한 불평등 심화와 더불어 X세대가 남긴 문화적 원형과 함께 보다 입체적으로 분석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보다 본질적이고 깊은 논의가 가능해지리라 생각한다. 




* 이 글은 2021년 11월 21일 PR학회 가을철 학술대회 특별세션에서 대홍기획 소속으로서 필자가 발제집에 실은 발제문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 또한, 이 글은 필자가 2021년 6월 롯데그룹 브랜드 마케팅 워크샵에서 그룹 내 마케팅 담당자를 대상으로 강연한 <데이터 세대론 : MZ + X> 의 내용을 학술적 관점에서 정제하여 글로 작성한 것입니다. 

* <데이터 세대론 : MZ + X>의 내용은 별도로 브런치 게재 및 출판의 목적으로 정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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