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의 본질은 시대가 변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무엇이 더 필요하고 덜 필요한가’라는 가치 판단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다. 또한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론이라든가 경로, 과정 같은 것들 역시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한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일 때도 있고, 옳은 것 혹은 멋진 것의 기준이 달라지는 등 사상적 변화 때문인 경우도 있다. 그리고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으로 인한 강제적 락다운으로 인해 일어난 반대편의 욕망 또한 변화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바뀐 욕망이 가리키는 곳
소셜빅데이터와 롯데멤버스 패널 2천 명 대상 리서치 결과를 통해 소비심리를 살펴본 바에 따르면 가장 강렬한 욕망은 단연 일상의 회복이었으며, 등교 금지와 중단 속에 공교육 미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9년까지 매년 해외출국자 수 최대치를 갱신해오던 상황에서 한순간에 금지된 여행에 대한 노스탤지어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해 무착륙 관광비행 등 놀라운 비즈니스의 변형 사례를 가능하게 했다.
집에만 있는 시간이 이토록 길어진 것은 처음이고, 재택근무 또한 처음 경험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했다. 오히려 집에서 많은 것을 해결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나쁘지 않으며, 집에서 더 즐겁고 편리하게 지내기 위해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또 이동과 모임, 접촉이 금지될수록 온라인 쇼핑은 더욱 빠르게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오늘 저녁에 시키고 내일 새벽에 받아보는 것에 젊은층은 물론 중장년층까지 빠르게 익숙해졌고, 급기야 48%의 응답자는 더 빨리 배송될 수 있다면 늘 쓰던 브랜드를 버리고 다른 걸로 갈아타겠다고 응답했다.
다만 이전과 달라진 세상과 변화에 적응해야만 하는 상황, 언제 다시 대유행이 올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건강에 대한 높은 우려와 정서적 불안이 고조된 상황으로 예측불가능함에 대한 거부감이 손에 잡히는 명확한 가치에 대한 지향으로 연결되고 있다. 더불어 감염병이 결국 환경문제와 기후위기로부터 생겨났다는 자각이 강해지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높고 실질적인 상황이다.
이처럼 데이터를 통해 읽어낸 소비심리의 주요 변화를 바탕으로 7가지 핵심적인 2021 비즈니스 트렌드를 도출했다. 바뀐 욕망이 가리키는 7가지 방향을 응용해보면, 기존 비즈니스를 변주할 아이디어와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접촉, 모임의 제약과 재택근무로 시작된 AT HOME 라이프가 일상으로 고착되며 집의 3가지 핵심 기능을 효과적으로 구현해줄 상품과 서비스가 긴요해질 것이다. 집의 3가지 핵심 기능은 첫째, 유희를 위한 집(Home Ludens) 둘째, 일과 학습을 위한 집(Home Office & School) 셋째, 휴식과 회복을 위한 집(Home Resting)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이 앞으로도 더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낼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그 중에서도 20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결국 집에서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 사람들은 집을 유희, 일과 학습, 휴식과 회복 기능을 갖춘 요새로 만들고자 한다.
원격 교육은 교육의 사회적 기능 저하는 물론 수업의 질적 저하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뉴노멀을 대비한 성인 교육 수요 증가가 더해지면서 에듀테크 영역이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코로나 이후 정규교육의 준비되지 않은 온라인化는 교육소비자들의 불만과 고충의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로 인한 학습 효과 저하 및 편차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줄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성인 교육 시장에서는 뉴노멀에 적응하고 남는 시간을 활용해 부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자기계발 영역에 기회가 엿보인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산업이자 가장 억눌린 욕망은 단연 여행이다. 이에 대한 갈망이 새로운 서비스를 낳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여행의 과정을 잘게 분리하고, 현재 가능한 것을 선별하여 제공하는 디커플링(Decoupling)을 통한 대안적 여행이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항공기 탑승과 면세 쇼핑만을 묶은 무착륙 관광상품의 등장이 그렇고, 최근 마이리얼트립을 통해 선보이는 라이브 해외 랜선투어 역시 좋은 사례다. 심지어 롯데홈쇼핑에서는 코로나 이후 ‘언젠가’를 위한 해외숙박상품 선판매 방송이 매진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여행 관련 영역은 가장 억눌린 만큼 가장 다양한 변주가 나오고 있다.
리테일 전환은 단순히 온라인몰을 구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온/오프라인 매장과 자원을 매끄럽게 통합하고, 판매자와 소비자가 대면 방식뿐 아니라 디지털 수단으로도 문제없이 연결되는 리테일의 근본적 속성을 변화시키는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온/오프라인 구분은 메이커적 사고방식일 뿐, 소비자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별개가 아니다. 기술의 발전이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경계를 이미 허물어버린 까닭이다. 디지털 경험을 장착한 오프라인(Phygital, 피지털), 온/오프라인의 끊김 없는 자연스러운 연결(Omni-channel, 옴니채널), 결국 관건은 소비자에게 더 편하고 자유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격리와 고립, 폐쇄가 일상이 됐지만 사람 간의 직접적 소통에 대한 욕구는 여전히 존재한다. 떨어져 있지만 함께 있는 것 같은 감각, 또 다른 세상에서 아바타를 매개로 접촉하고 모이는 즐거움, 바로 메타버스다. 메타버스의 개념은 아직 뚜렷하게 확립된 바는 없으나, 각종 기사나 논문에서 언급된 내용을 종합하면 “‘가상 공간’에서 ‘아바타’를 활용해 실제 생활처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세계”라고 정리할 수 있다. 게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실현됐던 메타버스가 게임 외 비즈니스와 일상으로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의 가상공간에서 BTS의 새로운 뮤직비디오가 최초로 공개되고, 일본에서 ‘버츄얼 출근(재택근무 중 구성원 간 소통과 접촉을 위해 가상 사무실에 직원들의 아바타가 출근해 만나고 소통하는 것)’의 개념이 대두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생존 불안에서 시작된 건강에 대한 관심은 위생과 면역 등 바이러스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분은 물론 의료, 건기식, 푸드, 뷰티를 넘어 멘탈케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요와 서비스가 탄생하는 동력을 제공한다. 코로나 이후 심화된 건강에 대한 염려는 특히 40~50대에서 실질적인 구매 행동으로 연결될 전망이다. 반면 수면과 같이 스트레스나 정신적 건강과 유관한 영역에 대해서는 젊은층에 더욱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사람들이 원하는 투명성이란 지속가능성과 공급망 투명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상품이 어디서 생산되어 어떻게 취급됐으며 어떤 경로로 왔는지 ‘명확히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존의 불안에서 출발한 안전에 대한 욕망은 지구의 지속적인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요구와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명확히 확인하고자 하는 투명성의 추구로 귀결되고 있다. 이는 구체적으로 로컬 식재료에 대한 관심,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각종 인증마크의 중시, 생산과 유통 과정, 성분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행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욕망의 방향, 소비심리의 변화로부터 도출한 2021 비즈니스 트렌드 7가지를 살펴봤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고객의 생각과 행동에 눈을 두어야 할 때다. 선례가 없는 위기 속에서 고객이 더 가치 있다고 여기고 선택한 것이 곧 비즈니스의 답이 되기 때문이다. 가벼운 유행처럼 여겨지기도 한 ‘트렌드’가 비즈니스 전략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 역시, 트렌드란 현재 소비자가 원하고 마음에 둔 스타일이나 생활양식의 디테일을 좌우하며, 그것이 결국 고객이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까닭이다. 필자는 직무를 통해 소셜빅데이터를 비롯해 소비자 조사와 검색, 앱, 구매행동 데이터 등 다양한 소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트렌드를 조망하고 애자일한 전략을 도출하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결국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에 썼던 무뎌진 칼과 같은 낡은 프레임을 벗고 현재의 흐름에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