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팬데믹 비즈니스 트렌드 전망
팬데믹이 끝나면, 사람들은 오프라인으로 돌아갈까?
오프라인 리테일업의 부진과 회복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계속해서 뜨겁다. 코로나의 완전한 종식을 논하기엔 아직 일러 보이는 상황이지만, 코로나가 끝나면 오프라인이 과연 살아날 것이냐는 문제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일일 확진자 수가 다소 잦아드는 시점마다 고개를 드는 보복소비에 대한 기대감은 단순히 위축된 소비욕구의 분출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오프라인 리테일로의 회귀에 대한 기대라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코로나 이후 ‘어쩔 수 없이’ 온라인으로 이동했던 사람들이 코로나가 끝나면 오프라인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이 내포돼 있는 것이다.
보복소비는 없다, 대체소비가 있을 뿐!
팬데믹 이후 피해 업종이 있었던 반면에, 수혜 업종이 있었던 점은 명백하다. 그런데, 이렇게 비즈니스 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는 것을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소비는 단지 위축된 것이 아니라 ‘이 쪽’에서 쓰던 돈이 ‘저 쪽’으로 이동했다는 얘기다. 대홍기획이 롯데멤버스 패널 2,000명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대 젊은 층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전반적인 쇼핑횟수가 변화 없거나(20대 32.2%, 30대 29.9%) 오히려 증가했다는(20대 30.5%, 30대 32.4%) 응답의 합계가 6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온라인 리테일을 비롯한 비대면 라이프스타일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는 특별히 코로나19로 인해서 소비방식이 변화한 정도는 크지 않다는 방증이다. 즉, 외출하지 않고 여행하지 않지만, 비대면 소비가 충분히 가능한 여건에서 이미 다른 곳으로 대체소비가 일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온라인 리테일은 현재 고객이 리테일에 바라는 본질을 충족,
오프라인을 찾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존의 前 CEO 제프 베조스는 리테일의 본질을 Selection, Price, Convenience라는 세 단어로아주 간명하게 정리한 바 있다. 즉, 다양한 상품을 적절한 가격에 편리하게 구매하게 해 주는 것이 리테일의 본질이며, 고객가치의 변화에 따라 판매 제안의 방식이나 구매 방식이 바뀔 수는 있지만 업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리테일을 놓고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보유 가능한 재고량, 최저가 수준, 구매 편의성, 이 중 오프라인 매장을 가진 리테일 업체가 온라인 리테일을 시원하게 능가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코로나19 이후 가장 변화 수용이 늦은 50대 이상에서도 73%가 온라인 및 모바일 쇼핑 횟수가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강제적인 온라인 리테일의 경험은, 생각보다 직접 보지 않고 고른 물건도 괜찮다는 점과 오히려 손 무겁게 들고 오지 않아도 아침이면 현관문 앞에서 주문한 상품을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편리하고 시간을 아껴주는 것인지 깨닫게 해 주었다. 그래서 57%의 응답자들은 앞으로 식료품을 온라인에서 더 많이 사겠다고 했고, 69%는 비식료품을 온라인에서 더 많이 사겠다고 했다.
그래서 요즘은 어느 브랜드나, ‘직접 체험’을 위한 오프라인의 가치를 부르짖는다. 또한 온라인 리테일러가 오프라인 매장을 낸 사례들이 ‘오프라인 체험의 불가피성’의 근거로 제시되곤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온라인 안경 판매업체 와비파커나 온라인 매트리스 판매업체 캐스퍼가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이유는, 그야말로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있다는 점이다. 흔히 오프라인 리테일러들이 그렇듯 점포가 늘어나는 만큼 그에 비례하여 매출을 높이겠다는 목표가 없고, 따라서 매장 당 목표 매출 같은 것도 없다. 막연히 상품을 갖다 놓은 멋진 공간을 조성하고 고객들이 와서 자유롭게 경험을 했으면 한다는 식의 목표는 그래서 위험하다.
경쟁력 있는 오프라인 경험을 위한 2가지 질문
그리고 3개의 키워드
앞으로 오프라인 리테일이 제공하는 브랜드 경험을 경쟁력 높게 유지하기 위한 핵심 질문은 다음 2가지여야 한다. 첫째, 꼭 오프라인 방문을 해야만 경험이 가능한 것인가? 둘째, 만약 나라면, 한번 방문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시 방문해 보고 싶은 것일까? 단지 멋지고 예뻐서라면 한번 ‘경험 삼아’ 방문하고 인증샷을 남기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많이 나오고 있는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부르기 위한 전략들과 사례분석을 종합해 보면, 결국 핵심은 다음 3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첫번째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고 단지 거기에 가야만 보거나 경험할 수 있는 독특성(Uniqueness)이다. 상품 구색일 수도 있고, 지역색일 수도 있고,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직접 거기 가지 않으면 체험하거나 구입할 수 없는 것이라면 결국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처음은 물론 두 번, 세 번 가도 새로움을 줄 수 있는 가변성(changeability)이다. 한번 잘 만들어두고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가 버렸다. 언제 가도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내부 변화 주기에 신경을 쓰고, 변화에 용이한 구조를 갖춰야 한다.
세번째는, 휴먼 터치(Human Touch)다. 디지털의 시대, 어딜 가나 무인 점포와 키오스크가 보편화 되는 시대, 인간이 직접 고객의 세밀한 요구에 대응해 주는 서비스가 프리미엄한 것이 된다. 대면 서비스는 안전과 생존에 대한 우려를 깔고 있는 만큼, 방비를 더욱 단단히 할 수 밖에 없고 그러자면 좀 더 프라이빗하고 작은 규모로 이뤄질 수 밖에 없으니 단가는 더욱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오프라인으로 회귀 여부를 놓고 궁금해 할 시점은 이미 지난 듯 하다. 이미 비대면 라이프스타일이 보편이 된 가운데, 달라진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고객가치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빠르게 감지하고 적용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리고 지금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과거의 성공 공식, 과거의 내 업태나 상품을 기준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업의 본질과 고객가치에 대한 숙고가 가장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