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풍선의 궤적
전에 만났던 고약한 아이가 지나갑니다. 무슨 일인지 입에 풍선을 물고 있습니다.
“야 왕따!”
아이가 멈춥니다. 입에 파란 풍선을 물고 있던 아이. 그녀를 보고 놀라서인지 물고 있던 풍선을 놓치고 맙니다. 풍선은 미사일 마냥 하늘로 솟구치더니 목표지점을 잃어버린 채 사방팔방으로 날아다닙니다. 그녀와 아이 모두 시선은 요리저리 움직이는 풍선을 따라갑니다.
방향 잃은 풍선은 화난 벌처럼 사방을 날다가 어느 순간 힘을 완전히 잃고 그녀의 머리 위로 떨어집니다. 마치 최종 목표 지점처럼 그녀의 정수리로 떨어집니다. 아이가 배꼽을 잡습니다. 그녀의 눈에서 강력한 레이저가 발사됩니다.
“너 죽을래!!!”
아이는 웃기만 합니다.
그녀를 호흡을 가다듬고 또 가다듬으며 화를 참아봅니다.
'내가 어른이니까 참는다. 어른이나까 참아! 욕 나온다 욕 나와!'
어른은 심호흡을 가다듬습니다.
“야, 너! 오늘도 내 토끼 보이니?”
“아뇨”
“진짜 안 보여?"
"네. 안 보이는데요."
"장난치면 죽는다!"
아이는 대답 대신 피식 피식 웃습니다.
“그럼 내가 하늘을 보고 있을게. 넌 저기 10미터 뒤로 물러나 있어봐.”
"싫은데요"
"싫으면 시집 가!"
"싫은데요."
아이는 싫다고 하면서도 그녀 말대로 뒤로 물러납니다.
그녀는 가만히 서서 5분 동안 하늘을 보았습니다. 비행기 하나가 저 멀리 지나갑니다.
비행기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녀는 꼬마에게 시선을 돌립니다.
“보았니?”
“네.”
“어때? 뭘 하든?”
“당근 두 개를 집어 던졌어요.”
“뭐라고?”
꼬마는 다가가 뻥 뚫린 하수구 구멍을 보여줍니다. 속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로 던졌어요."
"혹 아파 보이든?”
“아뇨. 멀쩡해요. 그런데 파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어요.”
"그니까 파란 선글라스를 쓰고 당근을 하수구에 던져 버렸다고?!"
"네."
아이 말대로 가방에 넣어둔 당근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까이에서 본 아이의 목에는 멍이 심하게 나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다리가 아플 정도로 그녀는 돌아다녔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상은과 BTS, 이아립의 음악을 지겹도록 들으며 걸었습니다. 그냥 걷고 싶었습니다. 걷다보니 어디로 가려고 했는지조차 잊어버렸습니다. 바람 빠진 풍선마냥 목표 없이 다녔습니다.
그러다 결국 지쳐 멈춰 섰는데 제자리로 떨어진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많이 걸었는데도 제자리로 떨어진 기분이었습니다. 그녀의 머리 위로 떨어진 축축한 풍선처럼! 아이의 침이 잔뜩 묻은 빨강처럼!
'집에 가서 머리나 감아야겠다. 찝찝해! 모든 게!"
지친 그녀는 결국 택시를 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