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why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가방 속에 다이어리와 생리대를 넣지 않습니다.
토끼 때문입니다.
전날은 가방 속에 넣어둔 작은 모래시계가 없어졌습니다.
그녀는 드디어 그녀에게 딱 맞는 직장을 발견했고, 그 회사가 신입사원을 모집한다는 사실도 알아냈습니다. 적절한 시기입니다. 새로운 계절이 다가오고 있었으니까요. 봄이 곧 만개합니다. 그녀의 이력서도 완성을 얼마 안 남기고 있습니다.
그녀는 직장을 구해야 합니다. 직장을 구하면 멋진 남자를 만나야 합니다. 그 남자가 멋진 남자가 확실하다면 잃어버린 사랑의 감각을 찾아 그와 사랑에 빠져야 합니다. 그리고 사랑에 빠지면 그 남자와 결혼을 할 계획입니다. 갤러리에서 결혼을 할 것입니다. 결혼을 하면 아이도 둘 낳을 예정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그녀는 우선 직장을 구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이 계획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다짐을 했습니다. 그녀에게는 직장만큼이나 비밀도 필요합니다. 그녀를 맴돌던 두 남자가 최근에 떠나버렸습니다. 한 명은 청첩장을 보냈고, 한 명은 지방으로 발령이 나서 이사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만화광이자 채식주의자인 친구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사람들은 떠나고 그녀에게 남은 것은 이제 비밀뿐입니다.
그녀는 검은색 투피스 정장을 입기로 결정을 합니다. 가장 아끼는 입생 로랑 립스틱을 바릅니다. 깨끗하게 출력된 이력서는 따뜻합니다. 그녀는 기도하듯 눈을 감고 가방 속에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를 넣습니다. 전신거울에 자신을 비춰봅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예감이 좋습니다.
어느새 4월이 왔습니다. 그녀의 별자리를 지나 새로운 인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녀의 진정한 서른 살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모든 것이 년도가 바뀌는 1월 1일에 시작된다함은 착각입니다. 진정한 시작은 자신의 별자리를 지나면서 비롯됩니다.
‘바로 지금이야! 신선한 출발,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라고!’
그녀는 자신에게 약속한 대로 당당하게 거리를 걷습니다. 모델처럼 어깨를 꼿꼿이, 턱을 올려 우아하고 맵시있게~ ‘JUST LIKE A WOMAN’
여자다운 여자가 되리라. 세련되고 재치 있는 여자가 되리라. 멍청한 어제여! 감기에 걸린 어제여, 안녕!
면접관이 그녀의 이름을 호명합니다. 그녀가 놀라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남자 화장실 세면대에서 한 여자가 울고 있습니다. 남자들이 당황해 자리를 떠납니다. 화장실 세면대 거울 속에는 등을 돌린 남자들이 보입니다. 여자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눈물이 톡톡 세면대로 떨어집니다.
거울 속에는 바보 같은 여자가 서 있습니다. 한숨을 길게 내쉬고 나니 영어로 발표할 내용이 하나둘 떠오르는 건 뭡니까. 차라리 다시 돌아오지나 말지... 왜 이제 와서... 더더욱 자신이 싫습니다. 방금 전까지는 하나도 떠오르지 않던 문장들. 그녀는 검은 눈물을 흘리며 거울 속에 머저리에게 영어로 말합니다.
‘why! why! fucking w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