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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은화 Nov 06. 2023

잃어버린 꿀잠을 찾아서 0917

17. 수영장의 아름답고 고요한 순간 

불면퇴치 프로젝트 중

소소한 일상 기록 

(9월에 있었던 일들을 이제서야 정리해 올리고 있습니다.



어린시절 친구들(초등학교 친구들)과 몇 년 만에 모여 회식했다(동창회 모임).

참치집 1차 (종로)

맥주집 2차 

취했다. 

청하를 너무 많이 마신 상태에서 맥주까지 또 많이 마셨다. 

더없이 반갑고 즐거웠다. 

참치가? 

아니다 친구들이~ ㅎㅎ

무한리필이지만 훌륭했다, my iphone 12 mini


누운시간 (smart phone on 끄지 못함): 11: 30 p.m. (그녀와 통화하고 기절)

기상시간 1차: 6: 30 a.m.

기상시간 2차: 9:10. a.m.

sucess/fall: S

누운 장소: 소파

수면등 on/off: on (수면등을 켠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등을 켜고 선풍기도 틀어놓고 소파에 누워 있다 그대로 잠듦)

수면도움 아이템: 없음 (취기)

몸무게: 72.9 킬로 (73킬로를 눈 앞에 두고 있다 ㅜㅜ)


메모: 간만에 진짜 취했다.  

덕분에 목소리가 차분한 저음톤이 됐다. 

감성까지 달라졌다. 차분해진 감성이라 글쓰기 좋은 상태. 

뇌가 몽롱하고 몽글몽글.



출처: Unsplash  앱 Marcelo Uva의 이미지 (썸네일 Documerica)


숙취에 좋은 최고의 음식들이 있지만 단연코 수영이 최고이다.

수영을 하며 물을 한 바가지 마시고 나면 술이 절로 깨고, 몸도 다시 깨어난다.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다. 


문제는 숙취로 인해 수영장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거다. 

자동차키 돌릴 힘도 없어진 상태라면 수영이고 뭐고 소파에 누워 요양을 해야 한다. 


오늘은 다행히 수영장에 갔다. 

수영보다는 몸을 깨우기 위한 목적이 강했던 지라 수영은 대충 대충 막 했다. 



내 수영장 루틴 중에 다른 이들과 다른 것이 하나 있다. (특히, 여름에는 더더욱 그렇다.) 


수영장은 50분 수영에 10분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그때 사람들이 물갈이 된다. 

10분 쉬었다 다시 수영을 이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쳐 자리를 떠난다. 


나 역시 50분 수영하면 더 할 힘이 없을 정도로 소진된다.

하지만 바로 떠나지 않고 10분 휴식의 대열에 끼어 쉰다. 


그때 모두가 각자 레일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데, 그때가 수영장 전체가 고요해지는 순간이다. 

같이 온 사람끼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지만 수영장 물을 바라보며 다들 고요해진다.

(진짜로 편안히 명상을 하는 이들이 있고, 발로 물장구 치는 사람이 있고, 주변을 걸으며 스트레칭을 하는 이들도 있다.) 

그때가 참 좋다. 수영장의 푸른 빛깔과 사람들의 실루엣, 수영복의 색깔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어 이쁘다. 

전선 위에 참새들처럼 나란히 레일을 따라 사람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저마다 10분의 고요를 누리며 다음 시간을 기다린다.


내가 다니는 고양시 수영장에는 통유리로 햇빛이 한가득 들어온다. 

치열한 수영으로 지치고 차가워진 몸을 이끌고 볕이 드는 바닥에 앉으면 따듯하고 좋다. 

바닷가만큼의 자유와 상쾌한 바람은 없지만 훨씬 안전하고 포근하게 10분을 즐길 수 있다. 


그렇게 10분을 즐기고 나서 휘슬이 울리면 사람들이 하나둘 물로 뛰어든다. 

그때 나는 샤워실로 가거나 보충된 체력으로 100미터를 한 번 더 수영하고 자리를 뜬다. 

그때 쯤이면 복잡한 샤워실도 널널해지고 뭔가 더 충만해진 기분이 든다. 


수영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있다면 10분 휴식의 고요한 풍경이 아닐까 싶다. 

흔한 풍경이지만 오늘 나에게는 더 없이 아름답게 다가왔다. 

숙취의 미덕 하나다. 


(선수급 실력의 소유자가 나타나거나 모델같은 몸매의 남녀가 나타나면 모두의 시선이 강탈당하기는 하지만... 그건 논외로...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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