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 된 마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이야기 하다: 나를 살린 구원투수
30대 초반까지는 자기계발서나 에세이를 위주로 독서를 했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만 재미있게 읽었어요.- 작은습관의 힘을 다루거나 트렌드 보고서 등을 주로 읽었지요.
증권회사에 근무를 하면서 가끔 떨어지는 미션도 있었구요. 그런 덕에 세상의 흐름에 언제나 귀가 쫑긋할 수가 있었던 장점도 있었습니다. 오랜 고심 끝에 회사를 퇴사하게 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되고, 토익만은 잘 가르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인대상영어학원에서의 토익강사로 3개월 근무를 했습니다. 하지만 혼자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컸던 열정 많은 서른 중반이었는지라 이내 과외플랫폼에 등록하고 직접 시강을 하면서 수업을 따내고 토익수업을 할 수 있었지요.
첫째를 출산하고 난 이후 원서를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어요. 이상하게도 전에는 잘 읽히지 않던 원서가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제대로 되면서- 아마 하루내 육아를 하게 되고 사회와는 단절이 되버리는 육아 그리고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속에서 소설 속의 인물들을 만나는 것이 간접적인 만남을 이루어 준 징검다리가 된 것 같아요- 꾸준히 읽어나갔어요.
좋아하는 유튜버 돌콩 님의 독서클럽 2기도 참여해보고, 새로운 독서 세상이 열렸던 셈이죠. 모두 잠든 후에 읽어나가는 독서의 기쁨은 우주처럼 광활했다라고 할까요? 차 한잔 우려내고, 부엌 식탁에 안착하여 책을 펼치는 행위 자체가 나에게 주는 따뜻한 선물이었어요.
그리고 가끔 독서감상문을 블로그에 기록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결말은 위대할 것이다’라는 말은 독서에 너무나도 잘 어울립니다. 마음을 위로해주고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다주고, 말해서 뭐하겠어요? 1년간 첫째 육아를 하며 꾸준히 원서를 읽은 덕에 38살이 늦깍이 나이에 통번역대학원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독서가 사람을 구원할 수도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은 건 23년 12월, 통번역대학원의 2학년을 호주에서 수학해야 했기에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지요.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집을 알아보고 있던 찰나였습니다. 오후 네시경 평소에는 잘 전화하지 않던 시간대에 신랑이 전화를 합니다.
“갑자기 병원에서 오늘 입원하라고 하네”
“무슨 일인데?”
“동네 병원에 진찰갔는데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지금 대학병원인데, 검사해보니 뭐 심장이 30%밖에 남지 않아서 이대로 집에 가면 죽을 수도 있다고 하는데?”
신랑의 목소리는 대수롭지 않아서 오히려 이상했습니다.
갑자기 이게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심장 30%라는 말은 가슴에 그대로 내리 꽂혔고 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리고 둘째가 들어선 것도 알게 된 지 몇일 지나지 않아서 였습니다. 이게 갑자기 무슨일이지? 난 해외에서 공부하라는 사주가 없는건가? 온갖 생각이 머릿 속을 맴맴 돌았습니다. 그 날의 날씨는 지금도 너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12월의 오후 네시가 그토록 노란색이였던 적이 있는가? 했던 이상했던 날씨. 하늘은 마치 운명을 선포하는 것 같았습니다.
입덧을 하며 운전대를 잡고 신랑을 찾아갔을 때는 집중치료실에서 호흡기를 달고 소변은 통에다가 보아야했습니다. 둘은 보자마자 말없이 조용히 눈물만 흘렸습니다. 여기서 꿈을 이루자라고 생각했던 다짐은 어느새 온데간데 없고, 함께 손을 잡고 영화를 봤던 우리 젊은 날의 신랑이 회복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일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갑작스레 소식을 듣고 고향에서 엄마가 오셨습니다. 엄마는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시면서 ‘무슨 영화의 한장면이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정말 하루 아침에 감기인줄 알고 방문했다가 알게 된 심혈관 질환으로 심장은 30% 남은 사람. 그리고 몇 주 안된 둘째는 뱃속에서 이제 막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더 영화 같으려면 이렇게 사랑을 남기고 떠나는 건가? 온갖 불안감과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때마침 오랜만에 연락오는 고등학교 친한 친구의 메시지는 남편 부고 였어요. 눈을 비비고 다시 봤습니다. 남편이 맞았어요. 참아왔던 눈물이 결국 크게 터졌습니다. 결국 나도 보낼 수도 있는 메시지겠다 싶었어요.
그래도 신은 있었을까요?
남편의 심장은 일주일만에 빠르게 호전되었고, 일반실로 입원했어요. 그리고 10일만에 병원에서 퇴원을 할 수가 있었지요. 딱히 병원에서 처음보는 케이스여서 심장이 왜 30%밖에 안됐었는지는 정확한 이유가 없었습니다. 얼마나 이 시간들이 차가운 겨울날의 살얼음을 밟고 있었던 건 같았는지. 첫째의 어린이집 미술활동에 봄, 여름, 가을과 겨울의 사계절이 담긴 그림이 집 벽에 붙어있었는데 누워서 스르르 떨어지는 눈물 속에 비친 건 오로지 겨울의 앙상한 나뭇가지위의 눈 이였어요. 당시 네 살아이의 작은 손에 마음을 의지하며 ‘아빠는 병원갔어’라고 이야기하는 아이의 어린목소리의 말에 얼마나 가슴이 미어졌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사계절 중에 오로지 겨울만 보였던 날들도 결국은 지나가고, 신랑이 집에 돌아왔을 때는 다시 봄의 벚꽃이 보이기 시작하고 안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평생 약을 달고 살아야 하지만 지금은 둘이 장난으로 ‘그 때, 혹시 마루타 아니었어?’ 웃으며 이야기를 할 정도입니다. 1년간 참아온(?) 잔소리를 지금은 하게 됐구요 ^^;(여보, 미안. 그래도 다시는 아프지마)
다만 청춘을 함께한 사랑했던 누군가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그 슬픔은 상상이상으로 컸습니다. 잊기 위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무언가에 무조건 빠져 읽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이기심일 수도 있었겠지요. 영화 ‘이터널 선샤인’처럼 제 머릿속의 기억도 모두 지우고 싶었습니다.
독서는 제 머릿 속의 지우개 역할을 톡톡히 해내었습니다.
정말 집중을 해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델리아오웬스(Delia Owens)의 <Where the crawdads sing> 을 읽으면서 느낄 수가 있었어요. 책은 정말 상상이상으로 많은 큰 위로를 저에게 주었어요. 플롯만 보면 이야기가 나한테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한 페이지를 펼쳐서 읽어 나가다 보니 주인공 카야(Kya)라는 소녀가 결국은 나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어요. Where the crawdads sing 은 살인사건 미스터리가 결합된 한 소녀의 성장소설이였어요. 노스캐롤라이나 습지를 배경으로 어릴 때 엄마와 아빠로부터 버림받은 카야가 홍합을 잡아 내다팔고 배의 노를 저어가며 성장하는 이야기지요. 그리고 테이트(Tate)라는 소년과 사랑에 빠집니다. 그녀가 죽을 때까지 이야기는 살인사건 미스터리와 함께 이어지는 데요. 홀로 살아내야만 했던 카야의 모습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인간의 고독와 외로움이 느껴졌습니다. 테이트와의 사랑이야기에서는 엄빠가 되기전 신랑과의 데이트가 생각이나 그립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인생에서 가장 혹독했던 12월을 겪다 보니 더 그럴 법 했습니다. 마흔에는 누군가 떠나가는 일이 현실이 되가는 나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어요.
하루 2시간 씩 몰입독서를 했어요. 그리고 블로깅으로 한시간 가량 감상을 적어 내려갔죠. 슬픔을 벗어나기 위해 빠져버린 책이라는 늪은 정말 깊었습니다. 슬픔으로부터 123456789km 떨어진 곳으로 저를 데려다 주었어요. 이렇게 몰입독서로 무너진 마음을 재건하고 회복한 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습니다.
여러분에게 몰입을 가져다준 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15분의 힘을 믿게 되었다: Crying in H mart
여러분들이 만약에 시간이 정말 많이 없다면 어떻게 독서습관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둘째를 출산하고 시간은 마치 하루 10시간 같았어요.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독서를 진득하게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어요.
돌이켜보면, 의외의 일에서 항상 가능성은 발견되는 것 같아요. 첫째 때 이유식을 만들면서 시작한 블로그는 어느새 6년차가 되었습니다. 이유식을 만들거나 새벽유축을 하고나서 잠깐의 시간에 시작한 독서 특히 원서읽기 역시 벌써 6년이 되었어요.
처음에는 3페이지만 읽어도 된다라고 생각한게 재미가 붙고 독서만큼 힐링을 주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15페이지 많을 때는 30페이지 까지 읽어나갔어요. 국문서의 경우는 그 두배인 60페이지 정도까지 읽어나갔습니다. 아이가 커나가면서 나름 시간도 번것도 한몫을 했겠지요.
하지만 갓난쟁이 둘째를 육아하면서 독서시간을 찾는 것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일 같았어요. 나에게는 분명 독서라는 영양제가 필요한 시기인데, 어떻게 시간을 낼 것 인가 고민했죠.
아직 두아이의 엄마로 정착하지 못한 초보엄마의 어리숙함이었을까요?
이번에도 새벽유축은 길을 터주었습니다. 몰입만이 살 길이다 2시간 무조건 해야 된다 못해도 한 시간은 해야 된다라는 주의였는데 막상 타이머에 15분 맞춰놓고 읽다 보니까 조금조금씩 읽히게 됐어요. 그리고 결국 한 달 반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완독을 하게 됩니다.
바로 책 제목은 <Crying in H Mart>예요.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보컬인 미쉘 좌우너가 엄마 정민이 암에 걸려 세상을 뜨게 되기까지의 이야기인데요. 저자보다는 엄마한테 감정이입이 많이 되어서 재미있게 읽어 나갔어요. 정민이 암에 걸려 치료를 받고 말도 못한 자신의 몰골을 거울로 보고 괴로워 할 때, 딸 미쉘자우너는 거울을 모조리 다 치워버립니다.
그런데 문득 엄마로서 내가 아이들을 두고 세상을 등진다면? 이라는 물음표가 머릿 속에 그려졌어요.
오늘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난 아이들의 손을 잡고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며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다시 한번 아이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어요.
정민을 간호해준 Kye언니도 인상깊었습니다. 사정으로 100일이 지나서 친정엄마를 볼 수 있었거든요. 대신 산후조리사의 도움을 받았더랬죠. 첫째 때는 없었던 우울증도 있었는데 독서는 탁월한 심리안정제가 되어주며,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베스트프렌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답니다.
그전까지 어떻게 15분, 5분 독서를 할 수 있지? 라는 의구심이 내심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그런 의심을 모조리 날려버리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지요.
<습관의 재발견>을 쓴 스티븐 기즈는 말합니다. 단 한번의 팔굽혀펴기로 자신의 인생은 바뀌었다고요. 얼마나 중요한 역사적인 일이었으면 골든 푸쉬업(golden push-up)이라고 이름을 붙일까 고민도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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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한 개를 하고 나니까 ‘아무것도 아니군’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세를 잡은 김에 몇 번 더했는데 이게 역사적인 사건이 되면서 독서량은 평소의 10배 그리고 쓰기양은 4배를 늘리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팔굽혀펴기 1회의 도전(The one push-up Challege)라는 블로그의 글은 가장 조회 수가 높은 글이 되었고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뇌과학적으로 그는 이야기해줍니다. 신경 경로는 뇌 속의 의사소통 통로인데 습관은 점점 더 두꺼워지는 통로이며 이는 습관이 몸에 베었다는 것을 말합니다. 작동방식은 어떤 습관에 지정된 신경 경로가 하나의 생각이나 외부 신호의 자극을 받으면 두뇌 속 경로를 따라 전하가 발생하고 그러면 습관화된 행동을 하고 싶은 충동이나 생각이 들게 됩니다. 일어나서 샤워를 하는 것이 습관이 된 사람은 바로 욕실로 직행하는 ‘샤워뉴런’이 작동하고 이는 해당 시간에 아무 생각도 할 필요 없이 마치 좀비처럼 졸린 눈을 비비며 욕실을 향하게 되는 겁니다.
독서도 마찬가지겠지요?
예를 들어 하루15분 독서를 해나갈 때, 부엌식탁이든 서재의 탁자든 아니면 거실 끝 모서리에 박힌 간이책상이든, 폭식한 침대 위든- 딱딱해도 좋습니다- 어디서든 독서를 하고자하는‘독서뉴런’이 작동한다는 것 이지요. 이는 1년간 약 91시간을 더 벌어줍니다. 거의 4일에 가까운 시간을 더 준다는 것이지요.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만약 한시간 씩 독서를 매일 한다면 356일이 더 생기는 것 입니다. 시간이 선물로 돌아오는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시간은 돈으로도 살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요.
짧은 시간이라고 해서 몰입이 안되는 것도 아닙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호기심이 생겨 계속 읽다가 어느 순간 ‘더 시간을 투자해봐야겠다’하면서 자동적으로 스마트폰을 멀리하게 되고 어떻게든 시간을 마련하려고 노력하는 자신의 모습을 한번 발견해보세요.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조용한 새벽시간도 좋고요, 새가 노래하기 시작하는 동트는 시간도 좋고요, 보리차를 끓이고 있는 와중도 좋고요, 때론 벤치에서 잠깐 앉아 읽어도 좋습니다. 모두가 잠든 초승달이 뜬 어스름한 밤도 좋아요. 그냥 좋은 것이 독서 아닌가 싶어요. 나를 사랑하는 시간, 우리 함께 책을 펴볼까요? 오늘은 어떤 책을 읽을지 또 한번 설렐 수 있는 마흔이 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