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모두 잠든 후에] #4. 글쓰기

중년이 된 마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이야기 하다: 나를 살린 해독제

by 비비들리 vividly

“우리 딸이 글을 잘썼네. 최서방. 근데…”


엄마의 입에서 처음으로 듣게 된 말은 뉴욕타임즈 선정 베스트셀러 <Let them theory>에서 알려준 일어나기 비법인 마음속으로 5,4,3,2,1 카운트다운을 외치며 일어나 여명이 밝아오기 전, 새벽에 글을 쓰게 된 원동력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케이블 방송에서 어린이일기대회를 주최 했었는데 최우수상을 받았어. 그리고 방송국에서 전화가 왔는데, 인터뷰를 할 수 있겠냐는 거였지”

“아, 진짜? 그런데 엄마 왜 여태 말 안했어?”

“집에 정원이 있냐고 물어 보드라고, 그래서 안 한다고 했다. 그게 이렇게 평생 가슴에 남을지 몰랐지”


어렸을 적, 25평 남짓한 한옥주택에 살았습니다. 마당이 있기는 했지만 화려한 집은 아니였기에 시멘트 바닥에 화분 몇 개와 장독대가 몇 개 였지요.


어렸을 때부터 일기를 매일 저녁 자동으로 썼는지라 선생님의 추천으로 초등학교 4학년 때 전국초등학생일기공모전에 나갔고 상을 받은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은 내 인생이 바뀌었을 수도 있을 순간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처음에는 들었지만, 그 당시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속상하셨을지 생각하니 이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초등학생부터 마흔까지 매일 같이 일기를 써오고 있지만, 책을 펴내고 싶다는 생각은 서른 후반 즘 들었던 것 같습니다. 첫째를 낳고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문득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자신의 글을 남긴다 라는 글귀에 격하게 무릎을 탁 쳤기 때문입니다.


글로 마음을 푸는 것이 습관이 되었던지 회사원으로 근무할 때, 한 직원은 왜 이렇게 말이 많이 없냐며 혹시 집에서 혼자 밤에 일기를 꽉 채워서 쓰는 것은 아닌지 물었습니다. 일할 때 할말은 다하지만 사내 결국 뒷담화 남발 수다문화에는 관심이 없었지요.‘네 그래요. 어떻게 아셨죠?’라고 대꾸하고 싶어 목구멍까지 말이 치솟았지만 웃음으로 그냥 스쳐갔습니다. 그 때까지는 글을 쓰는 것이 해독제 인 것 까지는 몰랐어요.


하지만 출산과 육아의 유일한 해방구는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글쓰기 버튼을 눌러 타이핑을 하고, 최종 업로드 버튼을 누를 때의 쾌감은 엄마가 된 이후, 상당했습니다. 롤러코스터 타기 중독자의 분출하는 아드레날린과도 비슷할 수 있겠습니다. 혹자는 좋아하지 않는 맘카페의 칼럼니스트로도 1년 활동하면서 글쓰기의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왜 글쓰기가 육아의 해독제, 나아가서는 마흔의 우울한 감정을 날려버리고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일이 되는 걸까요?


'Expressive Writing-표현적 글쓰기'가 출산을 겪은 여성들의 심리치료에 활용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EW는 James Pennebaker라는 심리학 교수에 의해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는 1980년대에 EW에 대하여 과학적 연구를 주도적으로 시작했고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요법으로 활용되기 시작했어요. 일단 EW를 수행하는 방법은 3일간 15~20분동안 글을 쓰는 겁니다. 그리고 3일 지속하였음에도 심리적 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면 다른 주제를 찾아 적어보든, 중단해도 상관은 없다고 합니다.


일단 EW의 큰 효과를 보게 되면, 면역 시스템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암, 천식, 관절염 부터 PTSD, 우울증 까지요. 나아가 기분전환, 숙면유도, 기억증진까지요.특히 PTSD나 우울증은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를 하는 여성들에게 자주 노출되는 정신적인 질환이 될 수 있으니 글쓰기를 통해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비하고 홀로 외딴 섬에 버려진 느낌이 들 때 큰 도움이 될 수 있겠지요. 만병 통치약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물론 중증인 경우는 다른 의료치료나 테라피 등이 같이 이루어져야 하겠지요.


한 경험에 대하여 생각하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해당 일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며 곱씹게 만드는데 이는 우리가 감정을 놓쳐버린 지점이에요. 이 지점에서 우리는 나락으로 더 빠져드는 것이 아닌 그 속도를 늦추면서 발생할 수 있는 우울증이라든지 부정적인 감정을 억제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경험에 대해 자연스런 동의를 하게 되고 이 동의는 마음의 진정을 의미한다고 Dr. Annette Stanton은 이야기 합니다.


이토록 효과적인 심리치료제가 어디 있을까요? 또한 글을 쓰는 시간은 온전히 펜과 종이나 키보드 그리고 모니터에 집중하면서 나와 일대일로 마주하는 천금 같은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하루 15분이라도 나를 사랑하는 시간은 바로 글쓰기라는 것을 지금 이 순간에도 가슴 깊은 곳에서 느껴집니다. 아참, 아아나 아라와 함께여도 물론 좋겠지요? ^^


KakaoTalk_20250930_084106292.jpg 키보드와 펜 또는 샤프. 글쓰기만큼 마음의 응어리를 덜어주는 것은 없다



EW 구체적 실천방법 Tip


1. 혼자만의 시간을 반드시 갖습니다. 이 때, 이메일 확인이라든지 SNS는 잠깐 중지하는게 좋겠죠?



2. 3일 동안 각 15-20분 정도 쓴다는 목표를 상기시켜봅니다. (일기가 아니라는 점을 주안점에 두는게 좋아요.)



3. 어떻게 감정을 풀어나갈지 도구를 선택해보세요. 펜이나 종이도 좋고 아니면 키보드를 두드리거나 목소리를 녹음하는 것도 좋아요.


4. 누구한테도 말하지 못한 가장 자신을 괴롭히는 것을 떠올려보세요.


5. 이미 해결된 문제가 아닌 아직도 가슴에서 흐르고 있는 문제를 떠올려 보세요. (예를 들어, 근 몇 주간 신랑과 관계가 좋지 않았는데 따스한 눈길과 말로 해결되었다면 굳이 그 전의 부정적인 감정은 다시 재생시킬 이유는 없을꺼에요.)


6. 깊은 생각과 느낌을 그대로 받아들여보세요. 그리고 주제를 하나 정하고 이 문제가 인생의 다른 부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해보세요.


7. 만약 나와 비슷한 문제가 있는 친구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것인지 스스로에 조언을 해보세요.


8. 당신이 쓰기로 마음먹은 문제가 다른 문제를 또 상기시키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같이 적어보세요. (예를 들어 아이문교육 문제를 적었는데 신랑이나 시댁관계까지 생각난다면 그냥 적어보세요. )


9. 중간에 적다가 누군가에게 내용을 말하지는 마세요. 당신의 목표는 나 자신한테 솔직해지는 거니까요.


10. 만약에 글이 막힌다면 그냥 마지막 문장이라도 괜찮아질때까지 계속 써보세요.



11. 만약 해당 EW가 효과가 없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세요. 운동도 좋고, 음악듣기도 좋을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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