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 된 마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이야기 하다: 은밀하게
가족이 모두 잠든 후에 하는 요리가 생각보다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냉장고 모터소리를 배경 음악 삼아 때로는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 Alexbirdmusic의 어쿠어스틱 배경음악도 잔잔하고 참 좋습니다. 마치 시애틀 어느 까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소녀가 된 것 같은 느낌 이랄까요? 아줌마가 소녀 이야기하니 스스로 웃프네요.
다만, 요리를 할 때 소음이 크게 나면 안 됩니다. 이유식을 아이들이 잠들고 만들기 힘든 이유가 특히 초기 중기 때는 죽 형태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믹서를 사용해야 해서지요.
지난 겨울 12월 갑자기 친정엄마가 해주신 팥죽이 너무 먹고 싶더랍니다. 검색을 해도 근거리에 딱히 맛있는 팥죽집도 없었고요. 6개월 아이를 육아하면서 나를 위한 요리를 한다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지던 시간이었지요- 물론, 지금은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내가 먹고 싶은 요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지만요- 결국 아이들이 잠이 들자 믹서를 돌렸습니다.
하루 내 불린 팥을 삶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익힌 팥을 믹서에 넣고 돌리는데… 그만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뜨거운 압력에 못이긴 뚜껑이 코드를 꼽고 버튼을 누르자 마자 폭발하듯이 날아갔습니다. 아차, 싶었는데 주방 벽에 붙은 갈려진 팥들의 향연이란. 벽을 타고 내려오는 팥들은 '우리 먹는게 쉬운게 아냐' 하고 비싼척 하고 있었어요. 자유와 방랑을 탐닉하는 팥들.
그 이후 모두 잠든 후의 요리는 조용한 것으로 하자라고 다짐했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쳐가면서 요리는 또 하나의 챌린지가 되기도 해서 지루한 일상에 활력을 던져주기도 합니다.
일단, 야채가 필요하다면 썰어 둡니다. 아침이든 오후든 저녁에 애호박, 당근, 양파, 그리고 대파 등 가족의 비타민과 무기질을 담당하는 이 녀석들을 큐브썰기도 해보고 반달모양 썰기도 해봅니다.
요새는 밤에 카레 만드는 재미에 빠졌어요. 위 재료에 감자만 더하면 정말 30분 컷입니다. 큐브야채들을 달궈진 기름진 팬에 얹어 5분 즘 볶고 적당량의 물을 투하합니다. 그리고 뚜껑을 닫고 익을 때까지 끓여주면 끝! 한국식 오뚜기 카레도 좋고 일본식 SB 고형 카레도 참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새우 같은 해산물이 고형카레에 어울리는 것 같아요. 비건이라면 돼지고기는 생략하고 새송이버섯이나 양송이 버섯을 썰어넣어도 정말 굿!! 이토록 심플한 레시피라면 캄캄한 밤에 홀로 주방불을 켜고 만들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멸치볶음, 콩자반도 좋습니다. 가족의 밑반찬을 만드는 마음도 분명 내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으니까요.
무라카미하루키는 에세이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에서 말합니다.
"이야, 그 토마토 정말로 맛있더군요"
물론 한창 더울 때라 목이 말랐던 탓도 있겠지만 자연의 향, 충분한 수분감, 아삭한 식감, 아름다운 색, 어느 것도 내 생애 최고의 토마토였다. 태양의 냄새가 아낌없이 배어있었다.
라고.
요리를 하면 흙 냄새를 맡을 수 있고 특히 채소의 경우는 그 채소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느낄 수 있답니다. 아무리 결정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봤자 답은 안나오니까 결국 우리가 그나마 결정 할 수 있는 일은 오늘 저녁에 뭘 먹을지라는 것도 이야기합니다.
은밀하게 꿈틀대는 모두 잠든 후의 요리로 나와 아티스트 데이트,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