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 된 마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이야기 하다: 그 바이브 있잖아!
유명한 권남희 번역가 님은 스타벅스에서 들은 이야기를 소재로 한 ’스타벅스일기‘라는 책을 집필하셨죠. 꽤나 인기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둘째 임신했을 때, 나온 배로 갈 곳이 그다지 많지 않았어요. 편협한 세계에 갖혀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여기저기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일했던 것과는 별개로 본능적으로 그리고 경험상 생물학적인 변화는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타벅스에 앉아서 번역하시면서 들려오는 타인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수필이었는데, 꽤나 외로움을 반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38살에 통번역대학원에 늦깍이로 합격을 하고 나서 유일하게 저의 돌파구(way out)는 주1회 금요일 수업 전 스타벅스에 가서 뜨끈한 아메리카노를 보약 마냥 시켜놓고 벽이 보이는 가장 맨 끝자리로 이동한 후에 멍하게 벽을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고작 그걸로? 라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어요. 네 그랬어요.
돈벌이는 주2회 과외와 2학기 부터 나가게 됐던 몇몇 통역이 전부였고, 나이 어린 동기들과는 다르게 8년 회사생활 포함 13년정도 사회에서 내 몸으로 일했던 경험으로 직접 고생해서 번 돈은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어쩌면 나 대신 집에서 온전히 육아를 책임지고 있던 남편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때 사랑했던 커피는 카누 인스턴트 아메리카노. 꽤나 맛이 좋았거든요. 학교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정수기는 정말 어둠 속의 별처럼 항상 반짝반짝 빛났어요. 내가 다시 학생이 되다니, 첫째 유모차를 끌고 다니면서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2시간씩 들었던 NPR뉴스 그리고 주말동안 휘몰아쳤던 영어에세이 쓰기 연습 그리고 새벽원서읽기로 통번역대학원을 다시 열열히 이십대 후반에나 느낄법한 어떤 뜨거운 열정을 느끼면서 준비한 날들 덕인지는 몰라도 오로지 대학원 수업을 듣고 아이를 보러 집에 가야겠다 라는 생각밖에 없던 1년 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1주일 한번 FLEX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지금도 둘째 유모차를 끌고 금요일엔 반드시 스타벅스를 가려고 노력합니다. 가게 되면 잠깐이나마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어떤 알 수 없는 충만한 에너지로 충전을 하기도 합니다.
한라봉주스 한 개를 깔끔하게 원샷을 하고 나서 보게 된 way out 이라고 적혀 있는 비상구라는 세 글자가 어찌나 가슴에 와닿던지요. 어딘가의 비상구로 날아가고 싶다는 생각. 마흔에 둘째를 낳고 계획했던 유학생활을 뒤로 하게 되었지요. 어쩌면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 속에서 왜 이렇게 난 허덕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들이 올가미가 된 시간들의 연속이었어요.
힘든 순간 아기와 쉽사리 갈 수 있는 장소가 스타벅스 였어요. 기분전환도 되고 언제나 ’사람‘들이 있는 곳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연대감... 함께 일한다는... 한 템포 쉬어간다는...멍을 때린다는...그런 아주 소중한 연대감의 순간이지요.
직딩 때는 점심시간에 동기들과 함께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야기 했던 공간.
변하지 않는 차분한 음악과 조명이 있음에 몰입독서를 할 수 있는 고마운 공간.
어느새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된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다시 한번 왁자지껄 수다를 떨 수 있었던 공간.
유모차를 끌고 가도 부담없었던 공간
통번역대학원 번역과제를 가열차게 하던 공간
통역준비로 프린트 된 A4용지와 합을 맞추며 부산하게 움직이던 공간.
그리고 이렇게 또 한번 의지를 다져서 글을 써나 갈 수 있는 공간.
이렇게 쓰고 보니 개인역사와 같이 한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요.
스타벅스에 상이라도 줘야할 판입니다. 아무리 다양한 커피 프랜차이즈가 스타벅스의 위상을 넘보고 있다고 한들, 이만하면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요. 고독의 순간을 연대(solidarity)의 순간으로 변주해버리는 공간입니다. 특히 아줌마가 되어 내 일을 해야할 때 찾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스타벅스만의 바이브(vibe) 는 공유오피스 효과를 톡톡히 내줍니다.
스타벅스에서 즐겨마시는 차가 어떻게 되나요? 라고 누군가 문는 다면,
디카페인아메리카노와 자몽허니블랙티. 그리고 어제부로 추가된 페퍼민트차에요. 그리고 헤이즐넛시럽이 추가된 아메리카노는 더욱 달콤하고 따스한 봄날과 어울리는 맛이지요.
여러분의 스타벅스 최애 메뉴는 무엇인가요?
P.S: 별다방 홍보랑은 전혀 무관합니당 ^^ 진짜 그 바이브가 좋아서 쓰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