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in] 사라지지 않는 낙엽

일반적인 엄마사람의 일과 가족 이야기

by 비비들리 vividly

11월의 햇살은 생각보다 맹렬하다.

한층 높아진 푸르른 가을하늘은 괜히 천고마비 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라는 것을 실로 보여주고 있다.

바람에 떨어지는 은행잎과 플라타너스 잎은 길가에서 조금씩 건조한 늦가을의 공기로 메말라가고 있다. 꽤나 큰 아이도 자신의 얼굴만한 넓적한 플라타너스 잎을 마치 꽃송이 모으듯이 손에 들고 다니고 있다. 그리고 옆에는 엄마가 함께 한다. 아마 그 큰 플라타너스 다발을 엄마에게 선물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난생처음 엄마라는 역할을 맡게 된 6년 전 아이는 돌이 지났다. 그리고 아장아장 걷기시작하고 몇 개월이 지났을 때, 딱 이만때즘 떨어진 낙엽을 한 가닥 주워서 나의 손에 고스란히 전했다. 어찌나 기쁘고 감동스럽던지. 그 낙엽은 아직도 아이의 식단을 꼬박꼬박 적고, 편지도 썼던 다이어리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메말랐지만 어떤 이유로 낙엽은 그대로다. 혹시나 부스러질지도 모르니까 조만간에는 집 서랍 한켠에 있는 코팅지를 꺼내어 코팅을 해야겠다 싶다.

처음으로 아이가 나에게 준 선물은 낙엽이었다


하지만 만추의 정취에도 불구하고 불쑥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넘버2와 함께 유모차를 끌고 제법 가을 정취를 느끼는 것이 좋다.


"오, 단풍잎이 빨갛게 물들었네."

"저기, 구구 봐봐. 하얀색 구구랑 회색 구구가 밥 먹고 있다."

"엄마말 잘 들어야지 구구가 안데리고 간다."


아직 옹알이를 하는 정도인 아이에게 갖가지 말을 해가면서 힘껏 유모차를 밀어본다. 때로는 동네마트에 가서 식료품을 사오는데- 아침마다 할인 문자가 오는데 마침 잡채에 넣을 느타리버섯이 세일을 했다- 너무 많이 실으면 무거우므로 적당량을 실으려고 하지만 바나나오 이것저것 야채 그리고 국거리를 실으니 꽤나 무겁다. 고기는 국거리 아니면 안사오는게 정답이라는 것도 2kg정도 사오면서 알게 되었다.


"앞으로는 온라인으로만 먹을 거 시킬꺼야. 이것저것 신경쓰기 힘드니까."

이런 말을 그에게 한지가 5일도 안된 것 같은데, 다시 동네 마트로 발길은 향하고 있다.


힘껏 유모차를 밀어본다. 여기에는 음악이 제격이고,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Driver License'를 듣는다.

아이는 놀이터에서 잠깐의 아장아장 걸음 산책을 하고 이내 잠이 들어 협조를 꽤나 해주고 있다.


빨간색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뀔 때까지 기다린다.횡단보도 위까지 날리는 낙엽과 조금만 남은 나뭇잎을 곧 보내주어야 하는 나무를 바라본다. 한여름에는 그토록 신록이었는데, 계절의 변화가 무심하기까지 하다.


비슷한 또래의 한 여성 역시 같은 마트에서 비슷한 야채를 산 것 같고, 신호가 바뀔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외로움이 느껴진다. 아마 친구뻘은 될 것 같은데...


아마도 아이를 원이나 학교에 보내고 혼자 식료품 쇼핑을 나온 것 같다. 엄마가 되고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때로는 외로움을 느껴보라는 신의 지시같기도 하다. 아이들과 있을 때는 밝게 웃기도 하고 버럭 화를 내기도 해서 외로움이란 당최 모르고 살 것 같지만 혼자만 남겨지는 시간에는 불현듯 적막감마저 올라온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부대끼다가 다 끝난 연극 속에 덩그러니 남겨진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거름이 되든 코팅이 되든 사라지지 않는 낙엽처럼 사라지지 않는 사람이 어우러지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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