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in] 신춘문예를 대하는 자세

평범한 엄마사람의 일과 가족이야기: 금이야, 옥이야

by 비비들리 vividly

신춘문예는 정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 머피의 법칙이 발생한 비오는 어제는 정확하게 증명해주었다. 바로 글은 뚜렷하게 인쇄가 되어 어떤 일이 있어도 봉투는 주최사로 마감일까지 도착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글의 원고지매수를 몇 번이고 확인해본다. 안팎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다시금 검색도 해본다. 80장 내외인줄 알았더니 70장 내외였다. 분량도 능력이다 아니다 당선작은 분량이 천차만별이다 의견도 가지각색이어서 프린트를 해야하러 가는 상황에서 스스로 적당한 협의를 봐본다.

갑자기 생긴 오후 스케쥴과 그리고 3개월간의 여정의 유튜브 마지막 과외가 있는 날이었다. 육아를 비롯한 다양한 일들을 처리하기가 쉽지 않지만- 칼 뉴포트는 <Slow Prductivity>에서 'Do less- 일을 줄여라'라고 강조하지만- 해나가려고 최근 심각하게 노력 중이다. 때로는 이 과정에서 분명히 감정적으로 많이 다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우울감이 든다든지, 자괴감이 든다든지 그리고 나는 누구인지에 대하여. 특히 마지막의 나는 누구인지에 대하여에 대해 나름 대답을 찾은 날이기도 하다.


글을 계속 쓰고 싶다는 것이다.

글을 통해 마음을 풀어내고 싶은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이번 신춘문예를 도전하면서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새벽에 마무리 퇴고를 하고 맞춤법 검사를 했다. 시간은 언제나 인간의 편이 아니므로 그러면 안되겠지만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을 마무리 하고 싶어 이번에는 맞춤법 검사를 1회만 진행했다. 이 점이 무척 마음에 쓰이지만 어차피 앞으로 근 20년간은 적어도 도전할 일이기에- 물론 나에게 숨이 붙어있어야지 가능한 일이겠지만- 봉투를 부치는 것에 집중했다.


그리고 최종 제출원고를 뽑고 있었는데, 이게 왠일이람. What the FUCK!!!

5쪽 뒤로 인쇄가 흐릿하게 나오는 것이었다. 절반은 진하고 절반은 흐릿하다.

보니까 검정 잉크가 떨어진 것.

하필 왜 지금이냐고.


시간은 과외 시간까지 한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결국 아이들 챙기는 것은 아빠의 몫이 되어버렸다.

계란을 삶고 누룽지를 끓이는 이 단순한 아침 일과를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계란도 마침 떨어졌단다.

내가 챙기지 않으면 발생하는 일중 하나.

밖에서 일을 하고 들어온 저녁에 계란의 유무까지 미처 챙기지 못한 것이다.

결국 아이들은 계란은 고차하고 누룽지만 먹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단단한 고삐가 풀어져버린다.

옷을 얼른 갈아입고 다행히도 위치를 잘 알고 있는 프린트 전문점으로 이동한다.

집과 가까운 곳에 스터디까페가 하나 있었고 몇 년전에 몇 번 이용을 했는지라 프린트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아홉시경 전화를 해서 물어보았다. 스터디까페를 이용한 경우 프린트가 가능하고 또 따로 비용이 발생한다고 했다. 도보로 15분은 걸리는 거리라 그냥 10분간 운전을 해서 24시간 프린트 전문점으로 가기로 했다.


또 하필 이런 날에 비가 내리고 있다.

와. 5페이지에서 검정색 잉크는 힘을 다했고,

신춘문예는 도대체 무엇이길래 나를 이리 안달복달 하게 만드는 것인가에 대해 잠깐 골몰했다.


정말 브런치의 마우스패드에 적혀있듯이

글로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는 일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무엇인가에 출전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는 편이었다.

그래서 타자대회에 나가 우수상도 타봤고- 백화점에서 주최한 소규모 타자대회였다-

라디오 노래자랑에 의기양양하게 전화를 걸어 두세번 인기상도 받았다.-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고음을 내는 것이 대단하다라는 평이 아직도 인상깊게 남아있다. 실은 최우수상 아니면 누구에게나 주는 그런 상이었다. 덕분에 엄마는 청소기 하나를 장농 위에 올려놓으셨다.


이상하게 글을 다 쓰고 프린트를 해서 빨간펜으로 퇴고를 할 때,

그리고 다했을 때,

눈물이 또르르 흐른다 .

작년에도 그렇고 이번년도도 그렇다.


또 다른 공통점은 키보드를 장만한 것. 마침 작년에 섰던 로지텍 미니가 힘을 다해 'ㅅ' 이 눌러지지 않았다. 결국 지금은 요새 유행중인 조약돌 키보드를 사용 중이다. 타건감 테스트를 얼마나 했는지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결정장애도 유분수다- 실은 벼루고 있던 SPM제품이 없어서 ABKO로 데려왔다.


폴더에는 [2025단편총알]이라고 까지 마련해두었지만 한두장 적고 만 것만 있었다.

결국 멀티태스킹을 통해 새벽-아침 시간을 활용하여 열심히 타자를 두드린 결과가 퇴고고, 최종 제출용 원고- 24시간 프린트 샵에서 뽑은- 다.


이미 운동화는 비에 젖어있지만 발이 차가운지도 모른채 프린트샵 근처 우체국으로 얼른 향했고, 마침내 봉투를 봉하였다.


"빠른 등기 맞으시죠?"

"네"

그리고 마침내 카카오톡으로 우체국 등록 문자가 온다.


"내일 도착하는 거 맞죠?"

다시 한번 재차 확인해본다.

애지중지 여기는 막둥이 같은 금지옥엽의 신춘문예.

요새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밤마다 조금은 배가 허기진다.

마음과는 다르게 이내 아이와 잠이 들어버리지만,

이 허기짐을 채울 수 있는 것이 글쓰기라는 것을

그리고 새벽에 신춘문예를 적어 내려가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다 뽑고 나면 희안하게도 눈물이 흐른다는 것을.

왜 이리 힘들면서 몸부림 치면서 나는 도전을 하고 있는지.


아마 많은 분들이 도전 중일 것 같다.

모두들 힘을 내어 아직도 12월 초가 마감인 단편을 적기 위하여

단백질과 단 것으로 에너지를 보충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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