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무라비 법전의 숨겨진 의미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은 정말로 상대에게 복수를 하라는 의미로 만들어진 법일까요? 어쩌면 이 말의 시초는 복수보다 자비에 더 가까울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당신의 눈을 멀게 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복수하시겠습니까? 현대 사회에서는 법적인 절차를 밟겠지요. 만약 법이 사회를 지배하지 않을 때였다면요? 내게 힘이나 꾀가 있다면 아무래도 가해자의 목숨이라도 빼앗고 싶지 않을까요?
약 4000년 전의 바빌로니아에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지혜가 담긴 [함무라비 법전]이 있었습니다. 이는 인류 최초의 법률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법전은 총 282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일부는 다음과 같은 조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196조: "만일 사람이 평민의 눈을 상하게 했을 때는 그 사람의 눈도 상해져야 한다."
제200조: "만일 사람이 평민의 이를 상하게 했을 때는 그 사람의 이도 상해져야 한다."
이 법전은 단순히 가해자에게 똑같은 상해를 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더 깊은 의미가 숨겨져 있습니다. 당시의 사회는 투쟁과 분쟁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이를 적절히 중재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감옥 같은 시설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통제 불가능한 과도한 복수는 또 다른 폭력, 더 심각한 사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함무라비 법전은 이러한 과도한 복수를 방지하고자 제정되었습니다. 복수를 권장하는 제도가 아니었죠.
예를 들어, 누군가가 당신의 눈을 멀게 했을 때. 분노한 당신은 가해자를 죽이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함무라비 법전은
상대의 눈을 멀게 했다고 그를 죽일 수는 없다. 동일한 상해를 입히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라고 명시함으로써, 더 큰 폭력 사태를 막았습니다. 상대가 눈을 멀게 했을 때 나도 딱 눈만 멀게 하는 일은 지금이라도 정말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단순한 복수가 아닌, 과도한 폭력을 억제하고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려는 노력의 산물입니다. 오늘날의 법률과 비교하면 함무라비 법전은 매우 원시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 법전은 법 앞의 평등과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초기의 시도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현재의 법률 체계는 이러한 초기 법률의 발전과 진화를 통해 형성되었습니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 법도 발전했지만 그 기초에는 함무라비 법전과 같은 초기 법률의 지혜가 깔려 있습니다.
때로 누군가가 상처를 줄 때, 우리는 그것을 과장하여 해석하고, 상대를 극도로 미워하게 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받은 상처가 가장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거든요. 그러나 그렇게 미워하고 좌절하다 보면, 어느 순간 상대가 준 상처보다 내가 나를 더 아프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더라고요. 육체적인 싸움도 그렇잖아요. 상대방이 한 대 때리기에 내가 두 대를 때리면, 상대는 몽둥이를 들고 오고, 결국 나도 더 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상대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가 크더라도, 과도한 보복이나 감정적 폭발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상처를 준 사람에게 동일한 상처를 주기보다는, 감정의 악순환을 끊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하며 복수심을 키울 것이 아니라, 함무라비 법전의 지혜를 떠 올리며 내 마음도 지혜롭게 균형을 맞추며 다스리는 것이지요. 보복보다는 자기 보호와 회복을 중시하고, 때로는 용서와 이해를 통해 더 큰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함무라비 법전의 지혜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