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에 가서 번호표를 뽑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앞에서 5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분이 서류를 발급받고 있었습니다. 그분은 요금이 1400원 나왔는데, 주머니를 뒤적이며 400원만 깎아달라고 하더라구요. 그의 뒷모습만 봤지만, 옷차림도 말끔하고, 건강해 보였기에 왜 이런 부탁을 하는지 의아했습니다.
순간 '저런 사람을 주민센터 진상이라고 해야 하나' 싶었고, 이내 '오죽했으면 400원을 깎아달라고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때, 지나가던 다른 직원이 그 남성 민원인에게 밝게 인사했습니다. 민원인을 돕던 신입 직원은 그 인사한 직원에게 “이 분이 400원을 깎아달라고 하시는데요..” 라고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그러자 인사했던 직원이 정말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민원인 이름)님~ 오늘 지불하지 말고 그냥 들어가세요. 제가 처리해 놓을게요!”
“아이고 고맙습니다. 그럼 다음에 올 때 따블로 내면 되는 거죠? 하하하 그전에 이사 가버려야지.” 민원인도 호탕하게 웃으며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이 순간, 제가 느끼던 불편함이 해소되며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심장이 뜨거워지기 까지 했죠.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또 한 번 당황했습니다. 민원인이 떠난 후 직원들끼리 나눈 대화를 들었는데, 그분은 시각장애인이었습니다. 영수증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카드 사용이 어려워 현금을 사용하는데, 지폐의 점자나 동전을 구분하는 것도 불편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보통 기억에 의존해 돈을 계산하는데, 동전은 가지고 다니기도 번거롭고 기억하며 계산하기도 어려워 400원만 깎아달라고 했던 것이었죠. 부끄러움과 함께 수많은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기 쉽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쉽게 알 수 없는 사연들이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어요. 그 직원분이 대신 지불한 1400원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그 이상의 가치를 여러 사람에게 전해주었습니다.
그런데, 돈의 점자를 좀 알아보기 쉽게 만들면 안 되나요? 시각장애인들이 알아보기 어려운 점자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죠?
위 사진에 동그라미 친 부분이 지폐의 점자라고합니다. 천 원은 점 한 개, 오천 원은 점 두 개, 만원은 점 세 개라고 해요. 오만 원은 보이는 것처럼 다섯 개의 줄로 되어있습니다.
한 번 직접 만져보니, 아무리 촉각이 발달되어 있다고 해도 구분하기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세상 사람 모두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