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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안그레이 May 29. 2024

퇴보는 나의 내면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게젤의 성숙이론


들어가기 전에, 이건 아이들 이야기이지만 아이들 이야기가 아닙니다.




게젤의 성숙이론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고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아널드 게젤이라는 학자는 아이들이 모두 같은 순서를 따라 성장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속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했죠. 예를 들어, 아이는 먼저 목을 가누고, 그다음에 앉고, 서고, 걷는 순서로 성장합니다. 이런 순서는 인간에게 유전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거죠. 그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고 했는데요. 첫 번째는 성장의 방향인데, 머리부터 아래로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아이는 목을 먼저 가누고 나중에 다리를 사용하게 됩니다. 두 번째 원칙은 몸의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즉, 팔을 먼저 조절하고 나중에 손가락을 세밀하게 움직이게 됩니다.




또한 이 이론에서 중요한 ‘자기 규제의 원리’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유아가 자신의 능력을 초과하는 성장 과정을 내면의 힘으로 규제하고 조절하는 것입니다. 즉 본능적으로 자신의 속도와 균형을 맞추어 성장해 나가는 능력으로, 너무 많은 것을 배우도록 강요받으면, 저항하면서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무리한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안정(성숙)과 불안정(퇴행)을 주기적으로 거치게 되는 것이죠. 안정된 시기에는 발달이 순조롭게 이루어지지만, 불안정한 시기에는 잠시 퇴보하거나 멈출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신체, 정서적 발달 등 모든 발달 영역에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걷다가 다시 기어 다니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을 살펴보면, 아이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성장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너무 앞서나가지 않게 저항하며 자기 페이스를 유지합니다. 이 과정에서 뒤로 물러났다 다시 나아가는 것을 반복하며 점차 성장해 나가는 것이죠. 또한 새로운 능력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편안하고 익숙한 방법으로 돌아가며 자신감을 찾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기어 다니는 것은 이미 익숙한 활동이기 때문에, 걷기를 연습하는 동안 일시적으로 다시 기어 다니며 안정감을 찾으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성숙이론은 아이가 내적 힘에 따라 자연스럽게 성장한다고 강조합니다.  


따라서 아이가 일시적으로 퇴보하는 것처럼 보일 때, 무조건 밀어붙이지 않고, 아이가 스스로 성장할 시기와 힘이 있음을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는 결국 자신의 내적 힘을 통해 진정한 성장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원리는 성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때로 너무 열심히 달리다가, 어느 순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너무 낙담할 게 아니라, ‘내가 너무 무리하지 않도록 내적 힘이 안정을 잡아주고 있구나, 진정한 성장을 위해 나의 내적 힘이 균형을 잡고 있는 거구나’라며 내면의 지혜가 우리를 이끌고 있다는 것을, 자신을 믿고,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면 어떨까요?


우리의 내적 힘은 나이테처럼 겹겹이 쌓이며, 우리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줍니다. 후퇴와 정지는 더 큰 도약을 위한 준비 과정이며, 내면의 성숙과 균형을 찾는 시간일 거예요. 후퇴와 전진 어둠과 밝음을 끝없이 반복하면서 언제나 자신을 믿어준다면, 결국 더 멀리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때로는, 잠시 멈추는 용기를 가져도 좋을 것 같아요.


걷다가도 기는, 소중한 아이들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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