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비안그레이 Jun 09. 2024

글은 쌀밥


열린 글을 쓰고 싶다.

소금도 아닌데 왜 계속 정제되나

내가 글을 쓰면 마치

숨 쉴 여유 없는 랩 가사처럼

빼곡히 적힌 깜지같이

누군가 들어올 틈이 없다.

내가 봐도 이런데

남들이라면 어떨까.


하긴,

사실 누군가 들어와도

반응할 재간도 없어서

차라리 이게 낫지 싶기도.

하하, 내가 쓰는 글이라

내 삶과 정말 닮았다.

글로는 그 무엇도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완전 정반대였다.


내가 아는 단어, 내 과거, 내 마음, 기분,

모두 덕지덕지 들러붙어서

아무것도 숨길 수가 없는 게 글이렸다.


나는 쌀밥을 좋아한다.

우연히도 글이 쌀밥 같다.

덕지덕지 붙는 게

달달하고, 든든한 게

질리지도 않아서

계속 손이 가는 게


아, 딱 쌀밥 같은데,

이 글은

맛있게 잘 지어졌나 모르겠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