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 서류를 발급받으러 갔다. 직원 앞에 앉아 세 장의 서류에 사인을 하려는 순간, 직원의 핸드폰이 울렸다.
"어엉~ 00아, 엄마도 잘 모르겠네. 왜 그러지?"
"아빠한테 물어볼래? 엄마 지금 일하고 있거든."
"응, 미안해. 엄마가 지금 일 중이라 이따가 다시 전화할까?"
그녀의 손은 여전히 바쁘게 움직였지만, 사무적인 목소리는 다정함으로 바뀌어 있었다. 바쁜 와중에도, 아이와 따스하게 눈 맞춤하는 듯했다.
나는 사인을 멈췄다. 종이 넘기는 소리가 그녀를 조급하게 만들까 봐 손을 놓았다. 전화를 서둘러 끊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하지 않도록 조심했다. 난 그저,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의 단내를 조금 더 오래 맡고 싶었다. 그 솜사탕 같은 소리를 조금 더 오래 듣고 싶었다.
그녀는 업무를 완벽하게 처리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사랑까지 훔치게 해 주었다. 그녀에게서 훔쳐온 사랑을 내 아이에게 베풀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