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시.
삶, 그것은
만물에 잠자던 영혼이 육신이란 옷 입음이라
내 영혼 한 평생 36.5도씨 뜨거운 육 안에 살게 되니
사는 동안 오직 여름만이 나의 계절로
사계는 허상이라
그 어떤 계절도 탐하지 말며
지나간 계절에 미련을 두지도
다가오는 계절에 두려워도 말고
나의 평생이 나에겐 가장 길지라도
세상 만물의 삶보다 길지 못하며
지나간 영혼에겐 비웃음거리일 뿐이니
길지도 않은 지식을 교만하게 부풀려
세상에 누를 끼치지 않게
언제나 깨끗한 흰옷 입은 자세로
영과 육에 불순함을 지니지 않도록
조심하며 살아야 하고
삶이란 이름으로 주어졌던 시간의 끝에 닿아
더 이상 육신의 통제가 허락되지 않는 날이 오면
순리에 따라 감기는 눈꺼풀 속
생의 마지막 찬란한 어둠을 바라볼 때
몸이 온기를 잃고 식어가며
길었던 여름을 지나 마침내 첫겨울을 맞이하니
주어진 계절을 모두 누렸음에 안위하는 마음으로
후회도 아쉬움도 없이 삶과 육신을 놓아주며
죽음이라는 새 옷을 걸치고 영면에 들면서
긴 숨에 읽는 짧은 시 같던 인생을
영원한 시로 남기며 아름답게 흩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