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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다락방 Dec 08. 2022

너와 내가 만나
우리가 되고 싶은 당신에게

결혼을 앞 둔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너와 내가 만나 우리가 되고 싶은 당신에게


 2010년 9월 4일. 늦여름이 물러나기 아쉬워 마지막 열기를 힘껏 뿜어내던 날 나는 한 남자의 손을 잡고 혼인 서약을 하고 있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나의 결혼.   20대 오롯이 여행, 경험, 봉사로 바쁘게 살았던 내 삶에 반쪽의 자리는 없을 줄 알았는데 나를 구제해 준 남편에게 늘 감사하다.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가는 비행기 안에서 꺼내 본 편지 한 장이 있었다. 

 “축하할 일들만 남은 비비에게”로 시작하는 그녀의 편지였다. 그녀와 나는 대학생 시절 한 동호회에서 만났다.   그녀는 나에게 친구 같은 언니였고 누구보다 나를 챙겨주고 반겨주던 사람이었다. 너무나 좋은 사람인 걸 알았기에 그녀도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 내가 아는 멋진 분과 소개팅을 주선했고 두 사람은 가정을 이루었다. 그런 그녀가 나에게 결혼 선배로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썼다.     


 “네 옆에 있는 반쪽은 비비가 선택한 사람이라는 걸 알지? 선택에는 늘 책임이 따른단다. 잘해서 칭찬으로 가득 찬 책임일 수도 있고, 그때는 최선이다 싶었는데 어리석은 선택이었음을 깨닫고 힘든 책임으로 감당할 수 없을 때도 오겠지?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비비가 감싸야한다는 거야. 남편과 맞춰지지 않는다고 비난해서는 안 된단다. 상대방에 대한 존경심, 존중하는 마음이 흐려졌을 때 늘 문제가 생겼던 것 같아. 


 아가씨랑 아줌마는 굉장히 다르단다. 쉽지 않더구나. (이때는 와닿지 않았는데 12년 만에 다시 꺼내 보니 어찌나 구구절절 와닿는지) 너라면 잘할 수 있을 거야. 속옷은 보기에 화려한 걸 살까? 화려하진 않지만 편안한 걸 살까 고민하다가 후자를 택했단다. 결혼이 후자와 닮았단다. 아니다. 후자와 닮을 수 있다면 성공한 결혼 생활일 거야. 화려해지고자 하면 너무 힘든 일이 많아질 거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비비 너 자신과 네 반쪽이라는 걸 잊지 마. 최고 우선순위를 너에게 두면, 신랑에게 두면 다툼이 없을 거라는 거. 네가 맺어준 인연에 늘 감사하단다. 너도 잘살아야 해. 사랑한다 동생아.  

   

 책임과 선택, 비난하지 말고, 맞추어가는 것, 화려함보다는 편안함을 추구하기를. 결혼할 사람에게 필요한 조언이 편지 한 장에 모두 담겨 있었다. 결혼하기 전까지 각자의 생활방식으로 살던 남자와 여자가 가정이라는 틀 안에서 서로를 맞춰가면서 사는 게 사실 쉽지 않다. 쇳물을 부으면 그 틀은 거푸집이 되고, 밀가루 반죽을 부으면 빵틀이 되며 가정이라는 틀 안에 무엇을 녹여 넣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 


 살다 보면 상대가 조금만 변해주길 바라는 그 마음이 가장 어리석고 힘든 일이 될 것이다. 나조차도 그랬다. 지난 12년간 상대방을 이리저리 내 마음대로 바꾸려고 무던히 노력했지만 결국 얻은 결론은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이다. 상대방도 본인이 아니라 내가 변하길 바랄 테니까. 그 접점을 찾지 못하면 가정이라는 틀은 깨지거나 어긋나 버린다. 하지만 내가 조금씩 상대에게 맞춰가면 어느새 변해있는 상대방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결혼 생활은 화려하게 빛나는 짧은 스포트라이트보다 어두컴컴한 공원에 무심히 켜진 가로등처럼 은은함과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조명이 필요한 법이다.     


프러포즈 받던 날


 행복한 결혼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얼마나 잘 맞는가 보다 다른 점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가이다

-레프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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