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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다락방 Dec 24. 2022

가끔은 주인공처럼 살아도 괜찮아

무슨 상관이야!!


가끔은 주인공처럼 살아도 괜찮아  

                           

 대학교 4학년 때였다.

 “너 조교 관심 있어? 한번 해 볼래?”

 “에이 선배, 저는 관광경영학과 소속도 아닌데 제가 어떻게 해요? 저는 그냥 복수 전공하는 학생일 뿐인데.”

 “무슨 상관이야. 네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일단 할지 말지 결정하고 이야기해”


며칠 뒤 선배에게 조교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선배는 관광 영어를 강의하는 외국인 교수님 조교 자리를 나에게 물려주고 졸업했다. 그리고 나 역시도 졸업할 때 영어를 잘하는 친한 후배에게 조교 자리를 선물했다. 조교가 조교를 정하는 게 그 교수님 전통이었다.

 

조교가 하는 일은 간단했다. 공강 시간에 교수님 연구실에 와서 자료를 정리하고 시험 기간에는 성적 처리를 도왔다. 그리고 혹시 누군가 교수님을 찾아올 때 간단한 통역도 했다. 교수님은 나에게 한 번도 왜 일본어 전공자가 조교를 하느냐고 묻지 않으셨다. 그건 전혀 중요치 않은 문제였다.

      

1년 동안 최선을 다해 교수님을 도왔고 그 덕분에 싱가포르 공항 지상직 인턴까지 도전하게 되었다. 2006년 싱가포르 공항 지상직 인턴으로 근무했던 경험이 결혼 후 아이들을 데리고 치앙마이 한 달 살기, 몰타에서 1년 살기 하는데 큰 디딤돌이 되었다.

      

처음 선배가 조교 제안을 했을 때 나는 조교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배의 “무슨 상관이야.” 이 한마디가 나에게는 ‘넌 할 수 있어’로 들렸다. 그래 맞았다. 나는 충분히 잘할 수 있었다.     


사전을 찾아보면 상관이라는 말은 첫째 서로 관련이 있거나 그런 관계, 둘째 남의 일에 간섭함 등의 뜻이 있다. 선배가 말한 “무슨 상관이야.”는 나에게 첫째 의미로도 둘째 의미로도 다가왔다. ‘상관’은 나는 이 일과 관련이 있으며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의 일에 간섭하지 않으니 만약 조교가 되고 싶다면 내가 선택하면 되는 일이었다.

     

실타래처럼 엮인 인생사 같지만, 알고 보면 인생은 단순하다. 남은 남일뿐이며 그들의 인생사에 간섭할 이유가 없다.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 아니라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면 된다.

      

2022년 12월 말 독립출판 프로젝트를 통해 ‘엄마 작가가 되다’라는 나의 첫 공저 책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혼자가 아닌 일곱 명의 엄마가 쓰는 삶인지라 글을 쓰면서도, 합평하면서도 외롭지 않았다. 세상에 내어놓을 글이 한없이 부끄럽지만 나만 글쓰기에, 내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걱정을 하지 누구도 관심이 없다. 누가 나에게 당신이 무슨 재주로 작가를 하느냐고 묻지 않을 테니 앞으로도 마음 편히 글쓰기를 해 볼 작정이다. 혹시 모를 안 좋은 태클을 받더라도 당당하게 대답할 것이다. 


“무슨 상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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