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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vian Eunyoung Lee Nov 25. 2015

낭중지추(囊中之錐)

소셜미디어 시대의 자기 PR

낭중지추(囊中之錐)란 주머니 가운데  삐져나온 송곳이라는 의미로

능력과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스스로 두각을 나타낸다는 뜻이다. 


낭중지추는 사마천의 <사기 史記>에 나오는 말인데,

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조나라의 조승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야 하겠다.

전국시대 조나라의 평원군 조승은 조나라 혜민왕의 동생으로 왕족이었다.

조승은 사람을 좋아하고 대단한 호걸이라 집에 수 천명의 식객을 거느리며 지혜를 탐구했다.

현대판으로 따지면, SNS에서 파워유저로서 많은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 


조나라에는 조승이 이름을 떨쳤다면,

초나라에서는 춘신군, 위나라의 신릉군, 제나라의 맹상군이 이름을 떨쳐

이들을 일컬어 현대판으로 따지면 전국시대 4인방 파워블로거라 불렸다.

실은 군자(君子)가 맞는 표현이겠지만.. 


좌우간, 이러한 군자들은 선비를 초대해 후하게 대접하였는데,

진나라가 초나라를 쳐들어와 도읍을 한 달간 포위하자

조나라는 초나라와 동맹을 맺기 위해 평원군 조승을 사신으로 보내기로 했고,

조승은 수 천명의 식객 중 몇 명을 추려 문무가 뛰어난 사람을 데리고 함께 가고자 하였다. 


3년간 식객으로 있으면서 한 번도 눈에 띠지 않았던

모수라는 자가 나와 스스로를 추천했는데, 이를 모수자천(毛遂自薦)이라고도 한다.

평원군 조승이 “당신은 3년간 내 집 식객으로 있었으면서 왜 눈에 띠지 않았는가?”라 물었다. 


그러자 모수는,

“저는 오늘 처음 당신께 당신의 주머니 속에 넣어주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일찍 저를 주머니에 넣어주셨다면, 송곳의 끝은 물론 송곳 자루까지 나와있을 겁니다”

라 대답하였다. 


낭중지추를 보면서,

유비가 조조의 식객 노릇을 하면서 몸을 낮추고 일부로 어리석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달빛 아래의 칼날의 빛을 감추고 숨어 은밀히 때를 기다리는

도광양회(韜光養晦 )와는 사뭇 다른 자기 PR 아니던가?! 


둘 다 때를 기다리되,

막판에 가서 한 명은 스스로를 천거하고

한 명은 세상을 움직였으니…  

오늘날에는 소셜미디어와 다양한 사회와 접촉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기면서

춘추전국시대의 백가쟁명과 같은 활발한 토론의 장이 형성됨을 볼 수 있다.


나를 어떻게  포지셔닝할 것이고,

나를 어떻게 사람들에게 PR 할 것인가도 이슈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소식이 반나절, 

아니 실시간으로 퍼지는 세상이다.


그만큼 내 행동, 내가 하는 말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빨리 전달될 수 있고, 

개개인의  일상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한 국가의 통화정책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그 즉시 전 세계적으로 반영된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98년도의 IMF까지 회귀할 필요도 없이,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으로 비롯된 금융위기의 경우 

미국 모기지 업체의 파산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전 세계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데 한 달 정도가 소요됐다. 

그 시간 동안 자본가들은 자금을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이동하거나, 

전 세계 금융시장을 대상으로 포트폴리오를 짰던 펀드들은 

무언가 액션을 취할 시간이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의 금리 정책의 변화가 FRB에서 발표하는 그 즉시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무언가를 하기 위해 

다음수를 더 꼼꼼히 생각할 필요가 있어졌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다. 


PR로 돌아가서 생각해 본다면, 

개개인이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자신을 알리는 것만큼이나, 

전략적으로 어떠한 말들을 하지 말아야 할지도 중요한 이슈라는 뜻이다.

하나의 단어, 하나의 행동들이 '수정'이나 '삭제'를 할 틈도 없이 

빠르게 퍼지는 세계 속에..


우리는 낭중지추(囊中之錐)의 사례처럼

중요한 순간에 어떻게 판단하고 대응해 가면서 자기 PR을 해 나가야 하는지도 

고민해 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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