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적부터 고양이보다는 강아지파였습니다.
부모님이 강아지를 오랫동안 키워서 그런지,
막연하게 혹은 자연스럽게 나도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여동생이 암수 고양이 2마리를 키우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 때 처음 바라본 고양이의 눈빛은 오묘하면서도 매력적이더라고요.
암수가 함께 있다보니 생후 1년도 안된 이 두 꼬마 고양이가 덜컥 일을 저질렀고,
새끼가 새끼를 낳은 모습이 되었습니다.
꼬마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이튿날 바로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신기한 건 고양이는 강아지와 달리 대체로 집에서 출산을 하더라구요.
어두운 방, 종이박스, 따뜻한 담요 정도만 있으면
훌륭하게 알아서 척척 애를 낳더라구요.
그렇게 꼬마 고양이의 몸에서 무려 3마리의 고양이가 태어났습니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배꼽에서 탯줄도 떨어지지지 않은 아이를
가만히 들어서 있는데, 한없이 약하고 부서질 것 같았죠.
무언가를 보호하고 대단한 사랑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한게
꽤 오랜만이었습니다.
새끼들은 눈을 뜨지 못했고, 어미 젖을 찾아 계속 울어댔습니다.
저는 이 아이들과 어울리다가 아쉬운 채로 발길을 돌렸죠.
새끼 고양이들은 수컷 한마리 암컷 두마리가 서로 엉겨 자면서
따뜻하게 체온을 나누고, 셋이 천방지축 놀면서 성장했습니다.
신기한 건 고양이는 사회화가 되는 과정에서
어미 고양이에게 정말 많은 교육들을 받더라구요.
대소변을 가리는 방법에서부터
그루밍하고 상대방을 물었을 때 어떻게 아프지 않게 '놀이'로서 무는지를 배우는 과정을
생후 8주 안에 모두 소화하는 겁니다.
화장실 교육의 경우에도 새끼 목을 물어 모래 위에 두고,
소변을 하고 나오면 칭찬해주고
그냥 나오면 다시 목을 물어다가 모래 위에 놓더라구요.
본능적으로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게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생후 한달이 되었을까요?
다시 찾아가봤더니 새끼 고양이가 눈도 뜨고 제법 앉아있던 겁니다.
다리에 힘도 생기고 똥꼬발랄하게 뜀박질을 하는 모습이 귀여워 한참을 놀아줬습니다.
사람을 잘 따르고 순한 고양이들이라 그런지
계속 안아달라 놀아달라 하는 모습이 집에 와서도 계속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렇게 동생네 고양이는 5마리가 옹기종기 사는가 했는데,
동생은 그러더라구요.
아이들은 다 친구들에게 입양을 보내야겠다고요.
사실 다묘 가정도 많지만, 집에서 2마리를 키우다가 갑자기
생각보다 빠르게 임신해 고양이 두마리를 키운지 1년도 안되어 5마리가 되면
당황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동생은 한마리 키우지 않겠냐고 물어왔습니다.
저는 그 때까지만 해도 중형견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강아지에 대한 생각만 하고 있다가,
우연히 건네온 질문에 고민에 빠졌죠.
한참 고민을 하는 것이 답답했던 어느날,
여동생이 저희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고양이 이동장과 수건, 모래, 화장실, 사료를 들고
생후 6주가 된 수컷 고양이를 데리고 왔습니다.
결정을 쉬 내리지 못한 저에게 덜컥 '짐'이 떨어졌다는 생각을 했다가
덥썩 저에게 안겨 제 눈을 쳐다보는 아이를 보고,
너는 나에게 다가온 왕자님이구나.
너의 이름은 이제부터 테리우스야.
고귀한 왕자님이지.
그렇게 하여 저는 테리의 집사가 되었고,
어느덧 성심성의껏 테리를 모시는 완벽한 집사가 된지 7년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어떠한 기회로든 우리 테리의 일상을 전하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인스타그램처럼 간단히 이미지만 올리는 채널도 있지만,
좀더 긴 호흡으로 테리의 성장과 일상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간간이 우리집 왕자님, 테리우스의 소식을 전할게요.
아참. 이 아이는 이제 무럭무럭 자라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네바 마스커레이드라고 한국에서는 희귀한 종에 속하지만,
시베리안캣으로 러시아 네바강 인근에서 서식한 귀족 고양이라고 합니다.
어릴 적에는 뽀얗다가, 나이가 들고 성묘가 되면 얼굴에 '마스크'를 쓴 것 같다고 해서
마스커레이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해요.
그래서 네바강에서 사는 마스크 쓴 고양이라는 의미로
네바 마스커레이드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사람과의 친화력이 높아 손님이 와도 피하지 않고 반갑게 맞이해주고
추르 주면 집사 아닌 다른 사람도 쫓아가니,
그야말로 갈대같은 녀석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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