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챗GPT와 구글의 바드가 차례대로 세상에 등장하면서
IT 기술의 가장 핵심 화두는 AI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내 일상에도 챗GPT는 유료 비용을 지불할 정도로 깊게 자리했고,
GPT의 편리함을 몸소 체험하다보니, 이러한 대화형 인공지능 기술이
앞으로는 더 급격히 진화하고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에 읽은 <AI 이후의 세계> 는
헨리키신저, 에릭슈밋, 대니얼 허튼로커가 쓴 책이다.
다른 책과 달리 이 책은 AI의 기술의 엄청난 발전과 진화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을 두지 않고,
AI 기술 진화는 당연한 미래의 수순이라 보고 있으면서
우리는 AI와 어떠한 관계를 맺으면서 인간성을 정의해야 하는지,
'인간성'은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다.
15세기 계몽주의부터 시작해서
활자 인쇄술의 발전이 인간의 지성과 사유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에서 시작해서
신기술의 등장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를 서술했다.
그리고 그 끝에서 AI에 대한 물음을 전개했는데,
나는 이 문구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계몽주의 시대에 접어들어서는 '코기토 에르고 숨 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는 데카르트의 명제에 의거해
사유하는 정신이 인간의 가장 중요한 능력이며
그렇기에 인간이 역사의 중심에 설 자격이 있다는 인식이 싹텄다.
- 중략-
4세기가 지난 현재 우리는 이렇게 자문해야 한다.
AI가 '생각'을 할 수 있다면 혹은 생각을 흉내낼 수 있다면 우리는 누구인가?
-AI 이후의 세계 p 55-
그동안의 기술의 진화에 대해 인간이 가졌던 두려움과는 한층 다른 깊의 두려운 존재가
AI인 것 같다.
이전의 기술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교통 수단의 발전으로 인간이 두 다리로 갈 수 있는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었고,
대량 생산 기술이 발전하면서 육체 노동에서 어느정도 해방시켰다.
그러나, AI의 등장은 인간을 보완하는 걸 넘어서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낳고 있다.
그래서 더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책에서도 유발하라리의 다음의 문장이 인용되기도 했다.
인공지능은 거의 모든 직업에서
인간을 밀어낼 것이다.
새 직업을 만들어도 결국 AI가 그 일을
인간보다 더 잘해낼테니 해결책이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경제모델이 필요하다
- 유발하라리, AI 이후의 세계 p 66 -
특정한 기술이 등장했을 때마다 기존의 상당히 많은 직업이 없어졌고,
또 한편에서는 해당 기술과 연관되는 수많은 직업이 생성되어왔다.
그러나, 지금의 AI의 모습은 사뭇 다른 것 같기도 하다.
책에서는 디지털 도우미의 사례가 나오는데, 이 사례는 우리가 영화 속에서도 항상 봐왔던
SF 판타지, 미래 모습에 자주 등장한다.
AI 도우미, 디지털 도우미가 로봇 모습으로 등장해 일상 속에서 인간을 돕고
다양한 가사, 교육, 지원 등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경우 이러한 디지털 도우미를 통해 대화도 하고,
개별 특성에 맞는 맞춤화 교육도 진행될 수 있다.
디지털 도우미는 천편일률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개인에게 맞추어 편의나 성취감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되어
아이들의 실력 향상에 기인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한 개인에게 최적화되어 있고 맞춤화된 서포트를 하는
디지털 도우미가 존재하는 곳에서 기존의 인간관계는 어떻게 될까?
이 부분에 대해 책에 나온 문구가 또한 인상적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인간보다 디지털 도우미를 더 좋아하게 될지 모른다.
타인은 자신의 취향을 척척 알아차리지 못하고 '의견차'가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덜 의존할지 모른다.
그럴 때 유년기의 중요한 경험은 어떻게 형성될 것인가?
- AI 이후의 세계 p 234
이 부분에서 나는 머리를 탕 치는 충격이 있었다.
실제 AI가 유년 시절부터 옆에서 모든 것을 일거수 일투족 돕고,
반대되는 의견을 내지도 않고 항상 나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환경 속에서
AI가 내는 의사결정에 대해 반대를 할까?
아니면 나는 AI가 당연히 나에게 유리한 아이디어를 제시했을거야 라고 믿으면서
그 결정을 따르게 될까.
그리고 그 결정을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게 되면,
나는 주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것일까?
혹은 나는 기계의 어마어마한 알고리즘 속에 갇혀 있는 것일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AI는 이미 우리 삶 속에 들어왔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그 기술은 진화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인간에 대한 물음,
인간성,
그리고 AI와 인간의 관계 정의에 대해
끊임없기 묻고 있다는 것이다.
명심하라, 지금 일어나는 혁신은
인공지능이 이룰 성취의 첫걸음에 불과하다.
AI 는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오늘날
문제가 되는 모든 한계를 돌파해버릴 것이다
- AI 이후의 세계 p42 -
모든 영역에서 AI로 인해 인간의 삶은 변화할 것이다.
그리고 AI의 환경 속에 인간은 현실을 이해하는 방식,
그리고 우리가 그 안에서 맡은 역할을 이해하는 방식을 바꿔 놓는
어떤 철학적인 전환이 있을 것이다.
묵직한 주제인 것 같으면서도,
머리를 치는 듯한 청량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오랜만에 좋은 책을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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