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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야 Feb 02. 2023

Waste Taste

단편소설

B의 냉장고에서 발견된 귀는 36개, 코는 18개였다.

구역질을 못 참고 화장실로 달려간 형사가 하나.
B의 멱살을 잡으려는 형사가 하나.
급히 달려온 과학수사관도 화장실로 달려갔다.

냉동실에 대충 쑤셔두어 구겨진 검은 봉투 속, 잘린 귀와 코.
그것들을 보고 평정을 유지한 사람은 B뿐이었다.

B는 자신의 양 손목에 수갑이 채워지는 걸 보고도 시큰둥했다.
너는, 묵비권을, 행사, 할 수, 있고. 미란다 원칙을 뚝 뚝 끊어 읽으며, K 형사는 핏발이 선 눈으로 B를 노려보며 말했다. B는 간지러웠는지 수갑을 찬 채로 턱을 긁고는 하품을 했다.
J 형사는 구토감이 목구멍으로 올라오는 것을 버텨냈다. 떠오르는 것은 전에 읽었던 사건 기록들이었다. 자기 과시를 목적으로 살해를 저지르는 범죄자가 있다. 그들은 '전리품'을 남긴다. 범죄 현장 근처에 있던 물건, 피해자를 찍은 사진, 녹음, 그림 등. 더욱 맛이 간 놈들은 이렇게 신체의 일부를 훼손하고, 보관하면서 들여본다고 했다.
그 전리품을 어루만지며, 자신의 경험을 되새기는 것이다.

그럴 터인데...
J는 위화감을 느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K와 J가 B의 양 팔을 잡은 채로, B의 집을 나섰다.

아파트 입구 바로 앞에 경찰차가 미리 와 있었다. 껄끄러운 점은 기자 몇 명과 주민들도 바글바글하게 모여있었다는 것이다. 양 손으로 입을 움켜막은 사람, 손가락질 하는 사람, 온갖 욕을 퍼붓는 사람, 뭔가 수첩에 연신 적고 있는 사람, 카메라를 든 사람, 마이크를 들이미는 사람(J는 그 사람이 다가오지 못하게 남은 팔을 들어 휘휘 저었다), 옆 사람과 수군거리면서 눈은 이쪽을 쳐다 보는 사람, 실신한 사람, 통곡하는 사람.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J와 K는 걸음을 조금 더 빠르게 했다. 언제 쯤 익숙해질까. 용의자가 피의자로 바뀌는 순간을 지켜보는 것. 내사가 끝나고 수사가 시작되는 것. 자주 보는 일이지만, 가능하다면 드물게 보고 싶었다. J와 K는 경찰차 뒷 좌석 문을 열었다.

. . .

"2018년부터 지금까지, 실종된 피해자들과 면식이 있었습니까?"
침묵.
"주기적으로 피해자를 물색했습니까?"
침묵.
"시골에 본인 소유 창고가 있더군요. 범행과 관련 있습니까."
침묵.
"그 창고에는 도축용 칼, 전기충격기, 엽총... 위험한 무기들이 잔뜩 있던데요."
침묵.
"시신은...아니, 잠깐 쉽시다."

검사가 신문을 잠시 멈추고 밖으로 나왔다. K와 담배를 태우며 이야기를 나눈다. J는 궁금했다. 과시를 위한 살해였다면, 그리고 그것을 기념하기 위한 전리품이었다면, 그건 왜 그랬지?

J는 참지 못하고 신문실의 문을 열었다. B는 눈을 껌뻑이며 잠 들락 말락 했는데, J가 들어오자 가늘게 눈을 뜨며 그를 쳐다봤다.

"저는 J라고 합니다. 형사입니다. 검사가 아니라서 저한테 뭘 말하든 당신이 공판 때 아니라고 하면 증거가 되지 않습니다. 궁금해서 묻는 것 뿐입니다."
B가 신기한 듯 눈을 조금 더 크게 떴다. B가 까끌까끌한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J를 쳐다봤다.
"...귀랑 코를, 일종의 전리품, 기념품으로 보관 한 거 아닙니까? 그런데 왜..."
J는 계속해서 말했다.

"왜 아무 봉투에나 대충 넣어두고 말았습니까? 좀 더 소중히 보관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B는 J의 말이 끝나고도 5초 정도 멍하니 있었다. 이윽고 눈썹을, 콧수염을, 얼굴, 입술, 어깨, 전신을 격하게 씰룩였다. 푸하하 하고 B가 큰 소리로 웃어 제꼈다. 푸하하하. 아무 말 없이 그저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J의 앞에서 B는 그렇게 한참을 웃다가, 겨우 웃음을 가라앉혔다.

B가 말했다.

"오돌뼈를 안 좋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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