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쳤던

일곱 번째 시

by 비야


내장이 깔끔히 도려져서
빈 공간에 뭘 채우려다

우리 함께 골랐던
베개를 꺼냈습니다

똑같이 생긴 베개,
당신이 벴던 건 어느쪽이었더라

알 길이 없습니다. 그저
두 베개 다 끌어안고서

시간도 공간도
겹칠 일 없어서
베개라도 겹쳐라, 겹쳐져라

피도 눈물도 무엇도 묻지 않게
나는 새어나는 구멍을 전부 꽉 막고

두 베개 다 끌어안고서

- 겹쳤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