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hind Story (1)
돌돌거리는 캐리어와 묵직한 배낭을 메고 드디어 두 번째 도시, 이카로 향하는 저녁 버스를 타러 가는 길.
분명 호스텔에서 나의 공간이라곤 침대 한 칸 정도였을 텐데 물건에 발이라도 달렸는지, 여기저기 퍼트려져 있는 나의 짐들을 꾹꾹 눌러 담느라 진땀을 뺐더랜다.
아무리 꼼꼼히 짐을 싸도 분명 '아! 맞어, 나 그거 안 챙겼다!' 하는 불상사는 있을법하기에.
바라건대 만약 빠트린 물건이 있더라도 하루하루에 꼭 필요한 무언가를 빼먹은 게 아니길.
호스텔 계단을 영차영차 내려오며 마주치는 여행자들과 가볍게 인사를 하고, 이곳에 머무른 나흘간 나의 일과를 궁금해해 준 호스텔 직원과는 짧은 포옹과 볼을 맞댄 채 한껏 친근한 모습으로 사진 한 장을 남겼다.
그리고 언젠가 또 오겠노라며 기약 없는 약속을 한 채 이제는 진짜로 떠나야 하는 시간. 잘 묵고 갑니다!
예상보다 안녕이 길어진 탓에 혹여 버스가 날 두고 떠나지 않을까 하는 촉박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인도와 차도의 경계가 애매할 정도로 좁다란 길을 앞만 보고 걷다가 등 뒤에서 '빵!'하고 울리는 자동차 경적소리에 놀라 자리에 멈춰 섰다. 깜짝이야!
무어라 말하기보단 나를 힐끗 쳐다보던 운전자는 이내 자동차 뒤꽁무니를 보이며 멀리 사라졌고, 놀란 맘이 가시지 않은 나는 다시 빠르게 걷기보단 잠시 숨을 깊게 내쉬고서 손목시계를 힐끗 들여다봤다.
현재 시각은 오후 7시 13분,
버스 시간은 오후 7시 45분.
15분의 여유를 둔다 해도 이렇게 급하게 걸을 필요가 없었다. 다행히 호스텔과 멀지 않았던 버스 터미널은 이제 바로 앞의 신호등만 건너면 도착이었기 때문이다.
그제야 한숨 돌리며 파노라마처럼 둘러본 와라즈의 마지막 풍경. 곧이어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우와. 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보랏빛. 내 생애 처음 보는 보랏빛 하늘이었다.
나만 신기한가? 주위를 둘러보니 나 말고도 간간이 사진 찍는 이들이 있는 걸로 보아 흔치 않은 풍경임엔 확실했다.
평소라면 얼굴을 구길 법 한 자동차 경적 소리에 하마터면 놓칠 뻔한 풍경을 선물 받다니.
머무를 시간이 한 시간채 남지 않은 이 도시의 끝을 조심히 가라며 배웅해 주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뭘 그렇게 바삐 가니? 급할 것 하나 없는데. 너와 나의 마지막은 예쁜 보랏빛 하늘로 기억되기를.' 하며.
'영원히 그럴 거야. 평생 동안.' 나는 어쩌면 긴 시간, 아마도 마지막일 안녕을 와라즈에 고했다. 앞으로 펼쳐질 나의 여정에 보랏빛 행운이 가득하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