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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몽 Feb 03. 2016

무늬만 동안

자기만의 스타일로 살기

서울 지하철 역에서 어느 교회 전도하는 여자분이 포장된 행주를 나에게 건네며 말했다.


학생! 이 행주 엄마한테 갔다 주세요.


나는 어떨떨한 눈으로 그녀를 보면서 행주를 받았다. 행주를 준 여자는 삼십대 중반으로 보였다. 나는 후후 속으로 웃으며 생각했다.

잘봐요 난  학생이 아냐 도대체 어딜봐서 학생이라고 부르는 거지

25살때 재래시장에서 장을보다 오십으로 보이는 아줌마가 나에게 학생이라고 불 렀던 이후로 학생이라는 호칭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그때는 내가 중학생으로 보여서 학생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대학생 같아 보였던걸까.

 하고 다니는 행색이 그래서인가ᆢ

모르겠다. 하지만 내 나이보다 적게는 서른 많게는 마흔으로 본다. 그런데 학생 호칭은 내게 가장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것이 기분 좋으라고 한 소리일지, 헛말이 나온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고. 암튼 사람들이 나의 나이를 종잡지 못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특히 남자들은 더욱 내 나이를 가름하지 못한다.거울속 나는 건조한 피부와 잔주름이 보이는데 왜 그들은 못 보는지ᆢ아마도 자세히 안봐서 그럴 수도 있을것이다.

나는 화장을 진하게 하지 않는데다가 옷입는 스타일은 20대 30대 패션이다. 몸매가 아직은 허리라인이 살아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내가 그런 패션을 할 수 있는것은 나의 몸매덕도 있지만 딸이 패션코디에 실패한 옷들을 안입는다고 나에게 줘서 그 옷들을 입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다. 나는 옷을 입을 때 남 눈치 안보는 편이다. 그렇다고 튀는 옷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주로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좋아해서 긴치마. 청자켓에 원피스. 때때로 집시스타일이다. 편안하면서 유행을 타지 않는 옷을 좋아한다. 머리는 짙은 갈색에 긴 생머리다. 아직은 모량 상태가 양호해서 집에서 컬을 만들어  풀고 다녀도 나쁘지 않다. 나는 모자를 좋아하는데 특히 챙모자를 좋아한다. 빨간머리앤이 쓰는 모자같은 것이다. 내가 나이 안들어보이는 이유를 하나 억지로 만들면 바깥 출입을 자주 안한다는 것도 될 것 같다. 뱀파이어가 햇빛을 피해 동안으로 사는 것일지도ᆢ

나는 물을  자주 마시고 평소 간식을 잘 안먹는다. 과자도 안좋아하고 과일은 보통보다 덜 먹고 그냥 밥과 감자 김치 된장국 정도다. 그대신 밥은 생각날 때만 먹는다. 배가 고파도 잘 안먹는 편이다. 살이 찌고 싶지 않아서 안먹는 것이 아니라 먹고 싶은 생각이 그닥 안나서 안먹다보니 살이 안찐 것 뿐이다. 그래도 먹폭풍할 때는 밥을 세 공기 거뜬 먹으며  회도 흡입신공이다. 그대신 고기는 세 점 이상 잘 먹지 못한다. 냄새도 싫고 소화도 잘 안된다. 주로 생선 위주로 먹는다. 화장품은 대충 기초에 충실하지만 그야말로 대충이다. 얼굴에 수분크림을 바르고 영양크림에 마무리는 가끔씩 오일을 발라준다. 건조하지 않도록 주의하려고 한다. 자기전에는 수분크림을 듬뿍 발라주고 반드시 영양크림을 덧발라준다. 수분크림만 바르면 시간이 지나면 더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옷을 입을 때는 누가뭐라하든 아줌마스타일은 피한다. 누가 딱봐도 아줌마네 하는 머리스타일이나 옷스타일이 있다. 그게 편하면 그렇게 입는 건 자기스타일이다. 자기가 편하고 만족해서 행복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요즘 유행하는 것도 다 자기스타일을 추구했던 사람들이 트렌드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한다. 개성을 살리고 입고싶은 스타일을 찾아가는 길이 곧 젊게 사는 비결 같다. 하지만 건강해야 그 모든 것이 의미가 있다. 건강을 해치며 트렌디만 쫓아가지는 않는다. 그냥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게 최고다. 나의 나이는 오십대지만 정신과 영혼은 20대다. 가끔 모임에서 다들 트롯트를 부르는데 나만 방탄소년단을 들먹이며 조용히 상남자를 예약한다. 그러다 반주가 나오기시작하면 나는 돌변한다.랩도 하면서 힙합춤도 추면서  그러고 노래한다. 다들 벙 쩔어서 그게 뭔 노래냐고 하면서 나를 거의 이물질 취급을 한다. 뭐 그러든 말든 난 내하고픈 대로 나를 표현한다. 그게 뭐 어째서

그냥 나는 나대로 이러고 살다 갈란다 날 부르면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말이다.

 스스로 뱀파이어라고 속삭이고 방부제를 먹었다고 선언한다.

나는 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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