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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몽 Feb 05. 2016

 핑크빛 팔랑귀

어느틈에 끼인 줄도 모르고ᆢ믿음대로 될지어다

신년이거나 아니거나  팔랑귀는 과거 현재 미래의 작은 바람에도 팔랑댄다. 일단  소리에 대해 타고난 민감성으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소리에 초민감하다.

 어쩌면 들리지 않는 소리도 듣는 것 같다.  그림자의 움직임과 향이 피어 오르는 모양을 보고도 소리를 듣는 것 같다. 팔랑귀는 물리적 귀 뿐만 아니라 내면에도 커다란 나팔귀를 가졌다.

누군가 수군 거리는 소리에도 민감하게 알아 듣지만 그건 마음속 나팔귀와 물리적 귀와의 갈등으로 제대로 된  알음귀를 얻지 못했다. 말귀 어두운  사오정귀거나 두려움에 쫑긋 거리는 토끼귀거나 그랬다.

50 대 50 이라는 긍정과 부정의 완벽한 조화를 여전히 모순이라는 압박에서 원숭이처럼 매일 서로의 등과 배를 보이며 털고루기를 하거나 털들 사이에 꼬물 거리는 번뇌를 잡아 먹으면서 위로를 삼는다.

 오늘도 아름다운 핑크빛 팔랑귀를 가진 그녀는 이상형을 그리며 인터넷 모바일의 힘을 불러 애정운점을 들었다.

 핑크빛 팔랑귀는 28세에 시집을 갈 거라는 점쟁이의 말에 귀가 붉게 물들었다.

  바르르 귀는 떨린다. 행복에 겨운 소리여서 더욱 귀는 처연하게 떨렸다. 알바인생 루저. 외토리 센척하는 못난이였던 그녀에게 그것은 신탁이었다.

누가 이 핑크빛 팔랑귀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설사  갖은 이유를 대서라도 돌을 던지고 싶어도 던지지 말길 부탁드린다.

 실로 많은 핑크빛 팔랑귀들 때로 회색빛 귀들 조차도 신분 상승의 욕구는 있었다. 다만 그 욕구를 채워 줄 그 무엇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강태공설움날을 겪는 것이라고 해두자

 이 시대의 수 많은 강태공과 제갈공명ᆢ그리고 아름다운 서시 양귀비 소군 샤넬 ᆢ

어느틈에 끼인 줄도 모르고 대도시를 누비는 젊은 핑크빛 귀 들ᆢ

우리는 단지ᆢ 행복해지고 싶어요

이왕 이면 나와 모두ᆢ

참 착한 소망이다.  

 참 착한 팔랑귀들을 현혹 유혹 협박 공포 멸시 두려움으로 몰아넣으며 가장 꼭대기에서 포식하는  포크맨   그는 살이며 몸이다.

비대해지는 어긋난 질서다.

그리고 현재진행형이다.

심각해 하지 마 포크맨!

잘먹고 잘입고 잘자고 잘놀고 잘 잘 하면 이 세상은 살만하다고ᆢ너가 그랬잖아ᆢ

팔랑귀는  세류의 소식에도 민감하다. 잘 나가는 포탈 메인에 뜨는 한 귀절에도 멘탈이 삐긋거린다. 햄스터부부가 새끼를 찢었다.증거인멸 피 한방울도 현장에 남기지 않았다.

이 뉴스를 접한 모든 빨주노초파남보 팔랑귀들은  귀들을  접었다. 그와동시에 마음속 나팔귀도 접혔다.

 불안증은 이제 한도를 넘어서 냉장고만 보아도 사체유기통으로 보였다.

 


사랑했을텐데ᆢ많이  누가? 그들이ᆢ우리들이ᆢ?

핑크빛 팔랑귀는 오늘도 사랑을 기다리는데ᆢ

오라는 사랑은 달팽이처럼 느리기만 하다.

밤새 원룸 커다란 창문이 바람에 덜걱 거려 핑크빛 팔랑귀는 잠을 설쳤다. 아침이 되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심장은 쪼그라들어 쉽사리 펴질 기색이 없다.

사랑도 하고 싶고 결혼도 하고 싶은데 핑크빛 팔랑귀는 무엇을 들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래서 더욱 팔랑귀는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해 여기 저기를 헤맨다.

 좋은 소리만 믿고 싶어졌다.

당장 지금 행복해지고 싶기 때문이다.

서두른다고 되나ᆢ일단 밥부터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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