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시몽 Feb 13. 2016

공애정

1그것은 내 이름입니다

 1년 전 교통사고 이후 나는  기억을 잃었다. 지금부터 내가 알고 있는 나와 관련된 모든 정보는 내가 언니라고 부르는 여자로부터 들은 것이다 . 병원에서 처음 눈을 떴을 때 나의 이름을 불러 준 첫 번째 사람이었다.

ㅡ공애정ᆢ공애정

지금도 그 이름은 머릿속에서 언니가 내질렀던 강렬한 톤으로 메아리 치고 있지만 내 입속에서는  여전히 혀가 마비된듯 어색하게 궁굴려질 뿐이다. 공애정이라는 이름은 내게서 생경하기만 하다.

주민등록증에 있는 현재의 내 얼굴과 공애정이라는 이름이  낯설기만 해서 나는 익숙해지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일 년이 지나도 어색한 것은 여전하다. 더구나 주민등록증의 얼굴은  현재 거울 속에서  보여지는 나와 조금은 다르다. 주민등록증 얼굴은 쌍꺼풀도 없고 밋밋한 코와 둔해 보이는 턱을 가졌지만 거울 속 얼굴은  쌍꺼풀 진 그렁그렁한 눈에 마네킹 같은 콧날과 턱선을  가졌다.

 어느것이 진짜 나일까 고심하기도 많이했다. 언니는 두 모습 다 공애정이라고 했다. 교통사고 후 코가 함몰되어 성형수술도 하게 되었고 하는김에 눈꺼풀과 턱에도 손을 댔다고 언니가 말했다.

ㅡ너가 못생겼다고 그렇게 성형수술 타령하더니 결국 네 소원대로 됐구나

그랬었구나 나란 사람이ᆢ

하지만 나는 주민등록증 얼굴이  못나 보이지 않고 귀엽고 다정해 보인다ᆢ아마 기억을 잃기 전 거울속에서 가장 많이 봤던 얼굴이여서 그럴까ᆢ

 나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과거를 기억 못하는 것이 참 고통스럽다. 억지로 기억해내려고 별짓을 다 해보았지만 머릿속이 지글지글 거리고 어느 순간에는 따끔거리고 머리가 터져 나갈 것같이 아프다. 그때는 절대로 무엇을 기억해 내려고  애쓰지 말자고 결심하지만  통증이 멈추면  나도 모르게 다시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지?

순간 내 기억의  방은  무대 위 조명을 암전상태다.

누군가 희미한 빛이라도 비춰주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기억을 잃은 이후부터 나의 마음은 현재와 미래보다 잃어버린 과거에 집중했다. 나의 관심은 오로지 과거일 뿐이며  잃어버린 과거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것이 내 인생의 목표다. 언니는 과거는 잊고 아니 잃어버렸으니 그냥 현재와 미래를 위해 살라고 나를 설득했다. 과거에 천착하는 내가 한심해 보였으리라. 하지만 나는 과거를 잊은 것이 아니라 과거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하늘은 내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는 것일까?


 교통사고 이후 1년동안 만들어진 과거만 추억한다.

 내가 기억 못하는것 나의 이름, 가족사진, 과거의 사건 상황들 직업ᆢ

신기하고 다행인 것은

 그림을 그리는 나의 재능은 잃어버리지  않았다. 나는 일러스트 그림동화작가였다. 일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한 것들은 크게 애쓰지 않아도 적응되었다. 나는 현재의 일상생활을 이어 가는데 큰 지장은 없다.. 나는 잘 자고 잘 먹었다. 그래서 현재 놀고 먹는 중이라 별 고충은 없다. 다만 내가 과거를 찾아보겠다는 발상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핑크빛 팔랑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