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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몽 Oct 12. 2022

소소한 행복

소소하지만 소중한 것들

내가 늙어가고 있다고 느낄때는 나의 걸음 걸이가 어느새 내가 바라보는 노인의 걸음과 어딘가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때이다. 약간 벌어진 정강이와 엉거주춤한 걸음은 어디로 가야할 지 방향을 잃은 사람같아보인다. 위태롭기까지 해보인다. 금방이라도 제자리에 주저 앉을 것처럼 부실해보인다. 

 사람들 속에 점점 묻히고 싶어져 옷색깔은 가을빛이다. 그러면서도 강렬한 꽃무늬 원피에 시선이 빼앗긴다. 재래시장의 옷집에 걸려있는 옷들이 내게 더 편하게 느껴진다. 오십 대 초반까지도 거들떠도 안보았던 시장옷들이 이제 예쁘게 보인다. 

 아름답게 꾸며보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꾸미는 걸 내려놓았다. 내스스로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떻게 꾸몄다해도 뭔가 어색하고 어딘가 초라했다. 억지로 발색한 색깔처럼 스스로 거리에서 따로 부유하는 이 물질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 존재가 새것이 아니고 세월 따라 헌 것이 되었고 점점 낡아져 사라져가고 있다는 느낌이 이 가을날에 더욱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려고 한다. 가을에는 국화를 사고 제라늄 향기를 맡으며 그 앞에다 담배 연기를 쏘아주기도 한다. 건강을 담배에 양보하고 잠깐 시간을 뿌옇게 흐려본다.

생각도 흐려지고 마음도 흐려지고 그래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도록. 행과 불행을 구분하지 않도록 지각을 둔하게 해버린다. 때때로 그런 자신이 왜 그러나 싶기도 하지만 믹스커피맛처럼 프림과 커피와 설탕이 적당히 섞여 잠깐 나의 입을 즐겁게 한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가끔씩 한다. 소소한 일상에 그런 것들을 장식처럼 내건다. 

마치 사춘기 소년소녀처럼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 해보고 싶어진다. 냉장고에는 반만 마신 소주와 막걸리가 있고 책상에는 어제핀 담배재가 먼지처럼 앉아 있다. 

 무엇이 달라지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 그냥 그렇다. 그냥 그런데 하루가 간다. 그런데 나는 그런 내가 좋다. 지금 이대로 시간속에서 시간과 함께 숨쉬면서 신이 만든 메타버스를 타고 우주를 여행하는 게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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